지나온 청춘에 보내는 송가 4 / 송경동
광양제철소 3기 공사장
배관공으로 쫓아다니다
잠시 쉴 때였다
10년 된 고물 프레스토를 빼서
폼 잡고 다닐 때였다
읍내 정다방에 미스 오가 왔다
메마른 시골 읍내에 촉촉한 기운이 돌고
볕이 갑자기 쨍쨍해질 정도로 예쁜 아이였다
뻔질나게 다방을 드나들고
아침저녁으로 커피를 시켜 먹었다
어느 비 오던 날
낙안읍성을 다녀오는 차 안에서
사랑고백을 했다
그날 저녁 담장을 넘어
내 품으로 한 마리 고양이처럼
달겨들던 그녀, 열아홉이었다
처음으로 성을 배웠던 시간들
빚이 져서 떠나가던 그녀
다시 빈털떨이가 되어
어느 발전소 공사현장으로 떠나야 했던 나
아름다웠던 시간만을 기억하자고
깨끗이 돌아섰던 우리
돌아보면 아직도 거기 서 있는 그녀
- 아름답고 황홀한 것만이 청춘이었겠는가.
뺑끼칠 하고 먼지투성이에 땀내가 풀풀 날리던 적도 있었다면,
Quizas, Quizas, Quizas 이렇게 꼭 세 번을 반복해야 맛이 나는 청춘이라면,
그 노래 좋다, 그대에게 어울린다.
'나는 백만 번이나 물었지만 다시 한번 묻겠어요.
그래도 당신의 대답은 오로지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이라고 할 뿐이지요.'
쭈그러진 깡통을 발로 차고 새벽길을 휘적거렸던 옛날은 이제 없다.
다시 깡통을 보더라도 그렇게 차버리고 싶더라도 이제 없다.
푸른 공기는 하늘로 다 날아가고 새벽은 벌써 밝아오기만 하는 통에
미스 오, 아직도 거기 서 있는 그녀는, 화장도 지우지 못하는 그녀는 늘 '어쩌면'
피해 당사자 둘 미스 오, 페인트 송 氏, 피의자 청춘은 현주건조물 방화로 인한...
'정말 사랑하고 있다면, 어쩌면이 아니라 '예스'라고 말해주세요.'
* 불을 놓아 자기 또는 타인의 재물 또는 건조물 등을 소훼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