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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군 운전직 7급 공무원 갑질을 마주하며

사회가, 인간이 가져야할 최소한이 무엇일까?

by 글터지기

어제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된

'양양군 운전직 7급 공무원 갑질'을 보면서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싶어 졌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b3cO3KVoJ0


해당 7급 운전직 공무원은

계약직 환경미화원에게

특정 주식 매수를 강요하고, 주식상승을 의미하는

빨간색 속옷을 입을 것을 지시하고 검사했습니다.


주식이 3% 이상 오르지 않으면

제물이 필요하다며 3명에게 가위바위보를 시켜

진 사람을 휴게소에서 이불을 말아 폭행하고,


쓰레기봉투 회수 시에는 태우지 않고 출발해서

육체적인 고통을 가하는 방식으로 갑질했습니다.

일명 '계엄령 놀이'라 불린 폭력이라고 했습니다.


해당 공무원은 그저 '장난'이었고,

차량에 태우지 않고 출발한 것은

'체력단련'일환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주식 매수를 강요한 건 '주식 공부'라고 했다지요.


이런 갑질이나 폭력과 협박을 일삼은

그 공무원에게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피해자들을 생각하며

한 없이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여기에는 '6개월 계약직'이라는

구조적 문제도 있었습니다.


재계약을 위해서는 참아야 하는 사람들.

피해를 당한 환경미화원들은

분명 누군가의 형이자, 아버지이자,

가장이고, 누군가의 사랑하는 자녀입니다.


그들은 이 모든 피해와 겁박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냈을 겁니다.

그들이 감내해야 했을 비 인간적 만행에

얼마나 크게 좌절하고 상심했을까.


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기까지

정말 아무도 몰랐다는 것인가?

그들을 관리해야 할 책임자는 무엇을 했으며,

공공관리 시스템은 그곳에 존재했는가?

그렇다면 양양군에서만 그랬을까?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어딘가에 이미 스며들어 있는 구조적 문제,

침묵과 방관으로 굳어진 공공 영역의 빈틈,

약자에게 향한 권력의 폭력성.


우리가 외면했던 틈 사이에서

이런 일이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라온 것은 아닐까.


이 사건을 접하면서 많은 비애를 느꼈습니다.

울분을 넘어 분노 이상의 어떤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해당군청은 사과했고,

대통령실까지 감사와 수사를

신속히 착수하고 책임을 묻겠다며 나섰습니다.


누군가의 존엄을 무너뜨리는 일이
'장난'으로 포장되는 사회라면,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은 어디일까.


오늘 이 사건을 기록하는

제 마음속 질문은 단 하나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이럴 수 없는 사회,
그 최소한을 지켜내기 위해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부디, 이런 비 인간적 행위가 근절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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