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빠 닮았다고 하면 아빠가 더 기분 나쁘다고!!!

기분 좋은 삼대

by 글터지기

스펙터클 한 주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월말이라 재고조사와 월말 마감을 하는데

우리 집 '천둥벌거숭이'(아들놈)이

주변에 낚시를 왔다가 저녁에 오겠다는 겁니다.


평소 전화도 좀 뜸하고

서로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어

자주 살가운 대화가 없던 놈입니다.


마침 저녁 약속이 있었던 터라

함께 보고 식사를 하자고 했지요.

어색할 수 있는 지리였으나 녀석 특유의

유쾌함 덕분에 즐겁게 식사를 마쳤습니다.


녀석은 늘 해맑고 유쾌합니다.

저는 그 유쾌함을 늘 '가벼움'으로 해석했습니다.


녀석이 하는 일에 대해 자주 잔소리를 했고,

함께 일하던 3년 정도의 기간 동안

혼을 많이 냈었지요.

아마 그래서 거리가 더 생겨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빠, 제가 벌써 스물일곱이에요.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돈도 모았고,

지금 만나는 여자 친구와는 5년째 사귀고 있어요.

그러니까 저나 '저승사자' 걱정은 하지 마세요."


늘 여자 친구와 함께 오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며느리인 셈인데,

저는 늘 그녀에게 고맙습니다.

'천둥벌거숭이'를 사람 만들어 주고 있어서요.


저녁 늦게 집에 삼대가 모였습니다.


술을 입에도 대지 않으시는 '흰머리 소년',

누굴 닮아 술을 즐기는 '대기만잠'형 인간,

아빠 닮았다고 하면

아빠가 더 기분 나빠야 할 '천둥벌거숭이'.

KakaoTalk_20251130_073343283_04.jpg


여기에 '우리 집 저승사자'만 있으면 완전체인데. ㅋ


제 곁에 '마음지기'도 생겼고,

며느리라고 하면 좀 이르지만 식구가 늘었습니다.

그녀에게도 닉네임을 하나 만들어 줘야겠습니다.


준비해 온 소주와 맥주가 부족해

편의점을 다녀오기도 하고,

피곤하다고 하면서도 방에 들어가지 않고

손주내외와 마주 앉아 있는 흰머리 소년도 정겹습니다.


흰머리 소년의 미소와,

천둥벌거숭이의 유쾌함과,

저의 어설픈 걱정과 잔소리까지

따뜻한 온기로 채운 주말 저녁이었습니다.


유쾌한 과음이었습니다.

제 방은 녀석 내외에게 내주고

거실에서 이불을 대충 깔고 잤더니

허리가 뻐근합니다. 하하하


오늘 김장하는 데 일꾼으로 가야 하고,

사무실에 정리할 일도 있습니다.

주말에 휴식하기는 글렀습니다.

그래서 천둥벌거숭이에게 한 마디 남겨야겠습니다.


"아빠 피곤해서 쓰러져도 괜찮으니까

계속 고따구로 자주 와라!!"

KakaoTalk_20251130_073343283.jpg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6화시간의 관성을 알아간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