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늘 질문을 남깁니다.
어제 배드민턴 동호회 송년회가 있다고 해서
저는 내년 임원을 하게 됐으니 참석했습니다.
야간에 줌 미팅도 겹쳐서
간단히 인사만 하고 오는 자리였습니다.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그중 신입회원이 있는지 인사를 건네옵니다.
건장해 보이는 젊은 친구였습니다.
"혹시... 군인이셨는지요?" 물어옵니다.
자신도 군인 출신이라는 말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훈육대장님, 저 0 훈육대 00기 000입니다."
제가 사관학교 훈육대장 시절 지도 했던
기수 중 한 명을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우연히 만나게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벌써 10여 년이 지난 이야기여서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며 많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이 친구는 이제 막 운동을 시작한 터라
한참 운동을 배워가고 있다고 하니,
이 친구와 함께 운동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사람 인연이 참 신비합니다.
반갑고 뭉클한 감정이 올라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현듯 불안한 마음도 올라왔습니다.
당시의 제가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부끄럽고 부족한 선배였을 가능성이 농후하지요.
그래서 사람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착하게 살아야 하나 봅니다.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되는 이치입니다.
사람 인연이라는 것은 참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인연은 시간이 흘러도 금세 마음을 데우고,
어떤 인연은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제 앞에 나타나 그때의 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반갑고 뭉클한 마음 뒤에 살짝 밀려온 불안은
그 시절의 제가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완전하게 성숙하고 모든 일에 좋은 기억만
만들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다만 그때를 지나 지금 이 자리에서
조금 더 바르게, 조금 더 성숙하게 살아가려는
마음이 필요한 때가 지금일 겁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지금 살아가는 하루에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언젠가 어딘가에서 또다시 만날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은 흔적으로 남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날이 되기를.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목요일 되시길
*에필로그
어제 야간 줌 미팅이 예정돼 있어서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후배와
다음 주에는 운동을 함께하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시간을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