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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최집사 Nov 29. 2019

이유없는 퇴사는 없다

내가 퇴사하는 이유

요즘 취업 힘들다던데

졸업과 동시에 취업. 동기들의 부러움 어린 눈길을 받으며 공연기획사에 입사한지 6개월만에, 나는 퇴사를 다짐했다.

사람들이 이래서 스타트업에 함부러 입사하는게 아니라고 하지. 입사 후 6개월동안 뼈저리게 느끼고 가슴 한 켠에 사직서를 품은지도 언 2년. 나는 아직도 이 회사에 남아있다. 그것도 유일한 직원으로.


글을 쓰며 살고싶다고 생각했다. 막연히 그런 생각을 가지고 대학생활을 마무리 할 즈음,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다. 창작뮤지컬 프로덕션에 조연출. 학생으로서는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했고, 이듬 해에는 나를 보조작가로 직접 뮤지컬 각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글을 쓰며 살고싶었지만 먹고 살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공연업계'라는 새로운 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방송매체는 여러번 고려했지만 뮤지컬은 처음이었다. 평생에 뮤지컬을 그렇게 많이 보거나 열렬한 팬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재밌는걸 왜 이제 알았나 싶을 정도였다.

글이 글로서 남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입을 통해 관객들에게 살아서 전달되고, 또 노래와 어우러지면서 느껴지는 희열은 그간 써왔던 글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여전히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글을 쓰며 살고 싶고, 여전히 공연업계에 관심이 많다.

아직 하고 싶은 공연이 너무 많고, 만들고 싶은 뮤지컬도 너무 많다.

그래서, 그렇기때문에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좋은 GOOD 이별 BYE 해요 

흔히 법적으로 '5인 이하 사업장'으로 구분되는 조그마한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에는 신생기업도 아니다) 공연기획사에서 2년 동안 일하면서 얻은 것은 정말 많았다.

누구 말대로 개같이 고생했지만, 그만큼 짧은 시간 안에 내가 몸으로 부딪혀 얻은 경험도 컸다. 

회사 밖에서 "저 대본 쓰고싶어요..."라고 다가갔으면 나를 쳐다봐주지도 않았을 공연업계 베테랑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만날 수 있었고, 기획부터 홍보, 마케팅, 재무적인 부분까지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일들을 몸소 부딛히며 경험했기 때문에 뮤지컬 제작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컴퍼니와 프로덕션 입장에서 모두 배울 수 있었다.

때문에 내가 지금 매일 밤 속으로 수만개의 욕을 삼키고 있다 해도, 이 회사에 들어와 바친 2년이 아깝지는 않다.


다만, 사람들이 개같이 고생한다고 말할 때 이전 멤버들에 비하면 고생도 아니다 라고 말하는 대표님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자금사정, 회사의 모든일을 내가 함으로써 갈수록 진짜 하고싶은 일보다 잔업이 더 많아지는 현실이 나를 '더 이상은 안되겠다'라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

여기서 1년을 더 버틴다고, 기획자로서의 나의 경험이 더 가치있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돈을 더 못벌더라도, 덜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온다고 해도 하루 종일 회사 컴퓨터를 눈 빠지게 쳐다보면서 잔업을 하며 1년을 더 보낼 마음은 없다.

2년간 공연업계가 돌아가는 전반적인 흐름을 알게되었다면, 이제는 좀 더 전문가가 되고싶다. 이것저것을 2년동안 겪었지만 어느것 하나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특히 관심있는 기획업무가 그렇다.


이유없는 퇴사는 없다. 사람마다 이유도 다양하다.

돈이 더 중요한 사람이 있고, 경험이 더 중요한 사람이 있다. 사람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이도 있고, 업무량 때문에 퇴사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아직 경험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비록 일이 너무 힘들어도, 함께 일하는 사람과 즐겁게 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 회사는 내가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이별을 하고 싶다.

그러니까 그만 좀 붙잡아요




20191128 예비백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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