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을 배운 지 2주 차가 되었다.
그래봤자 겨우 두 번 레슨을 받고 드럼연습을 위해 한번 학원에 들렀을 뿐이다.
드럼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5년 정도 전부터 꾸준히 해왔다.
막연히 생각만 해오다가 드디어 드럼 학원에 등록을 한 거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는 것은 게을러져서 안 가게 될까 봐 큰 딸 학교 근처 학원으로 정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작은 딸을 큰 딸 학교 근처 학원에 데려다주는데, 바로 큰 딸을 픽업하기에는 항상 애매하게 시간이 떠서 집에 다녀오곤 했었다.
이제는 그 시간에 드럼레슨을 받을 수 있으니 딱 좋았다.
마침 학교 앞에 실용음악학원이 있다니 게다가 원장님이 드럼 전공이신데 화요일만 레슨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목요일은 자유롭게 와서 연습해도 된다고 하니 지금이 뭔가 드럼과 나의 운명이 딱 맞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밴드나 악기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여기서 슬픈 사실은 나는 음악을 정말 사랑하지만 재능은 무에 가까운 사람이었다는 거다.
어릴 때 취미 밴드에서 노래를 좀 했었는데 놀랍게도 나는 약간의 음치끼가 있다.
그 유전은 엄마한테서 왔는데 엄마는 엄청난 음치 박치시다. 모든 노래를 동요스타일로 부르시는데 아무리 쉬운 노래도 음정과 박자를 제 멋대로 만들어 전혀 다른 곡이 되었다. 그러나 흥이 많으신 분이라 어릴 적 엄마를 떠올리면 항상 노래를 흥얼거리시며 집안일을 하시는 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어릴 적 나는 '엄마는 자의식이 강한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행히 아빠는 노래를 꽤 잘하셔서 나는 그 중간정도로 중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어찌 되었든 나는 노래 부르기를 사랑하지만 음치끼가 있고 기타를 잘 치고 싶었지만 손가락이 짧았다.
기본적으로 기타를 잘 치려면 팔도 길고 손가락도 긴 사람이 유리하다.
몇 년째 기타를 붙들고 있지만 실력이 드라마틱하게 늘지 않는 게 그 이유라고 변명해 본다.
그래서 다른 악기를 생각한 것이 드럼이었는데 신체조건과 상관없이 팔다리만 붙어있으면 누구나 잘 익힐 수 있는 악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첫 레슨시간, 나는 또 살짝 좌절하고 말았다.
"드럼은 덩치가 좀 있고 다리가 길수록 유리합니다"
드럼 선생님이 말하셨다.
오른발로 북을 밟는데 이게 힘으로 밟는 게 아니라 다리의 무게중심을 페달의 앞쪽에 두고 다리의 무게를 이용해 이용해서 가볍게 발을 굴러서 웅장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결론은 난 다리도 짧고 몸 자체가 드럼에 적합할 정도로 무게가 나가지 않는 몸이다.
실망하는 나에게 선생님은 '그래도 열심히 하시면 잘 치실 수 있어요'라고 위로해 주셨다.
흠, 남들보다 능력이 달리면 더 노력하면 된다. 그동안 내가 음악가로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는 재능이 아니라 노력부족이다. 하하.
첫 레슨이 끝난 후, 드럼은 내 신체적 조건에 적합하지 않지만, 성향에는 아주 맞는 악기라고 결론지었다.
스틱을 잡은 내 손이 북을 향해 힘껏 내려쳐질 때마다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는데 그것이 마치 내 십여 년 동안의 육아와 결혼생활에서의 울분(?)을 대신 토해내 주 듯 아주 통쾌하고 짜릿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선생님은 북을 때리는 내 오른손의 스킬이 거의 백점에 가깝다고 말씀해 주셨다(왜일까? 긴 세월 동안 아이들의 등짝 스매싱을 날려온 이유일까)
사실 드럼을 배우는 것에 확실히 마음을 정한 이유가 있었다. 초등 6학년인 둘째가 최근에 기타에 흥미를 갖더니 공부시킬 때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불타는 열정이 보였다.
그러고 나서 머리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기타 치는 둘째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노래를 불러재끼는 중2 첫째와 함께 가족밴드를 만들면 어떨까였다.
마침 동네에 음악도서관이 있어서 모든 악기와 합주실도 공짜로 빌릴 수 있었다.
내가 드럼만 마스터하면 둘째에게 기타를 치는 동기를 더 부여해 줄수도 있고 요즘 한창 사춘기로 까칠 오오라를 매일같이 뿜어대는 첫째의 스트레스도 풀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도 매우 행복할 것이다. 나는 재능과는 별개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인간이 늙어갈 때 새로운 것을 접하면 젊어진다고 한다.
무리일 것 같았던 내 일정에 드럼을 껴 넣으니 더 지치기는커녕 생활에 활력이 된다.
자, 모두들 그동안 생각만 해오던 새로운 일들에 도전을 시도해 보자.
오늘도 평범한 일상을 소소하지만 새로운 도전과 그것을 시도한 기특함으로 꽉 채운 행복한 하루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