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의 개정판으로 같은 내용이다. 비그친 오후의 헌책방 2를 산다는 게 1을 주문해 버린 것이다. 반품하려면 배송비 2500원을 내야 하기에 그냥 다시 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거 웬걸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을 읽었던 기억이 리셋되어 처음 읽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반품 안 하기 잘했다.
20대의 직장인 다카코는 마음속으로 좋아했던 같은 직장인 히데아키와 간간히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히데아키가 결혼하는 말을 듣고 크게 좌절한다. 뭐 다카코 혼자 헛다리 짚었나 하다가 읽다 보면 요즘말로 히데아키가 양다리 걸친 것이다. 결국 양다리 사실을 안 여성과 결국 파혼하게 되는데 무거운 내용이지만 그리 무겁지 않고 오히려 웃음이 나온다.
무겁지 않은 이야기지만 주인공이 상대남의 결혼소식으로 직장을 다 그만두고 세상이 끝난 듯 잠에만 빠져있다가 외삼촌의 서점에서 보내는 것이 사실은 조금 현실성은 떨어진다. 뭐 그것 가지고 굳이 도쿄의 잘 나가는 직장을 때려치운다고? 하는 의문이 살짝 들긴 하다. 집에서 잠만 자다가 그 꼴을 보다 못한 엄마가 진보초 거리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사토루 외삼촌에게 뭔가 부탁한 것 같다. 사토루 외삼촌은 자기가 바쁘니 대신 서점에 와서 알바를 해줄 것을 권유한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주인공이 헌책방 일을 하는 사이 몇 년 전 갑자기 집을 나갔던 모모코 외숙모가 귀환하면서 또 스토리가 의문스러운 외숙모에게 넘어간다. 외숙모와의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처럼 주인공을 중심으로 주변인물들과의 이야기가 상당히 따뜻하다. 펼쳐지는 삶에 대한 따뜻한 스토리 가 우리 삶을 심각하지 않게 해주기도 한다. 순식간에 헌책방에서 있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게 하며 읽는 내내 그 거리의 헌책방과 2층 거주공간으로 올라가는 삐걱거릴듯한 좁은 나무 계단과 책이 잔뜩 쌓여있는 나무바닥이 머릿속에 하나하나 묘사가 된다.
실제 일본 진보초 거리에는 오래된 헌책방들이 집중적으로 많이 있어서 영미권에 이 책이 번역되어 판매된 이후 많은 영미권 관광객들이 진보초거리의 헌책방을 방문했다고 한다. 읽는 내내 진보초 거리의 모퉁이에 있는 아기자기한 헌책방의 2층으로 올라가며 그곳에서 오래된 책에 둘러싸여 있는 그곳을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게 한다. 어릴 적 살아본 기억으로 일본식 주택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느낌을 알기에 저런 헌책방이 우리 주변에도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이름을 지은다면 '비 갠 아침의 헌책방'이 좋겠다. 책이 많으면 답답하긴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사방이 책으로 둘라 쌓인 2층의 서재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 종일 맘껏 손 가는 대로 책도 보고 차도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