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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직장인의 워케이션(서울)

by 얼음마녀

업무의 효율성 증대 및 창의력을 위한 워케이션이라는 게 기회가 나에게도 찾아왔다. 핍이 때론 성장의 에너지라고 하지만 도시문화를 접할 기회가 부족한 내게 도시로의 워케이션은 또 하나의 기회다. 이걸 계기로 업무 능률 향상 및 창의력 증가를 가져온다면 좋은 일 아닌가.


빛의 속도로 숙박과 교통을 예약했다. 당초 2박 3일을 계획했으나 서울에서 주말을 낀 2박의 숙박은 부담이었다. 차라리 평일 2박 3일이면 어느 정도 괜찮았을지 모르지만 이미 내 마음속엔 8월 1일 1부터 워케이션 휴가를 결정했다. 계획한 것을 하나씩 미션수행해 나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2박의 일정 짜는 건 쉬웠다. 마치 그곳에 가게 될 것이 정해지기라도 하듯 서울 시청을 반경으로 한 일정이 완성되었다.


6시 반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고 서둘러 안국역으로 갔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무슨 아티스트 베이커리라고 해서 사람들이 엄청 줄을 서있었다. 내가 가야 할 첫 번째 미션장소는 국립현대미술관이다. 구글맵을 보며 걸어갔다. 찜통 같은 더위에 양산을 쓰고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지하철 내부칸만 냉방이지 계단이나 통로는 도시의 습기를 모조리 빨아들인 상태였다.


현대미술관을 포기해야 했다. 그냥 가는 길에 있는 미디어아트 전시관에 티켓팅을 하고 지하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관람자는 나 한 명, 누가 돈 주고 이런 걸 볼까도 했지만 기억의 방에 들어가서는 나의 손가락 상처를 계속해서 기억하느라 나의 현실을 또 한 번 되새김질했다.


수예나 공예에는 별 관심이 없는지라 공예박물관도 스치듯 보고 그 베이커리에 줄을 섰다. 몇 분 후 알고 보니 입구에 웨이팅 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테라스는 에어컨이 없어서 거기라도 낮아야 빵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부에는 다양한 빵들이 있었지만 수십 년 전 김영모 제과점에서 봤던 문화충격만큼은 덜했다. 아이스카페라테는 기대만큼은 아니었기에 이곳 또한 마케팅에 성공한 곳이 아닐까. 일회용 컵엔 료라고 적혀있어서 아마 런던베이글 창업자와 관계있는 빵집 같았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천경자전이 상시 열리는데 유명한 미인도나 생태는 없었다. 늘 전남 고흥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화가다. 수십 년 전 왔을 때도 천경자 작품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근처 커피 앤 시가렛이라는 카페에서 솔트스카치라테가 유명하다고 해서 구글로 찾아가다 거기서 잠시 방황 후 블로그를 보니 그 건물 17층이다. 아까 아니스트 베이커리에서 커피 마신 걸 후회했다.

마이시크리덴은 2시 예약을 한지라 덕수궁 돌담길 앞 벤치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한국인 반 외국인 반인 듯싶었다. 카페는 비밀스러운 이름답게 간판도 없는 곳이다. 예약하면 시간 되면 알림으로 비번을 보내주면 열고 들어가서 침묵 속에 독서를 하고 나오면 된다. 이용시간은 2시간 50분 정도. 이것 또한 마케팅 성공인가 기대했던 상살 했던 내부가 아니다. 늘 그렇듯 sns든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유명지가 막상 방문해보면 기대보다는 그렇지않다는 걸 알게된다. 테이블은 몇 개 없는 아주 좁은 카페도 아닌 공간이다. 하지만 에어컨에 음악에 창밖으론 덕수궁 옆 가로수가 보이는 곳이라 책을 꺼내 들고 2시간 정도 집중하며 책을 보았다. 나 외에도 5명이 있었는데 테이블이 꽉 찼다. 저녁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덕수궁 투어를 혼자 시작했다. 석조전은 아는데 전에 석조전 뒤 돈덕전이라는 건물은 와본 적이 없다. 그 왼쪽으론 고종의 길이라 쓰인 여기가 길인가 하는 곳이 있다. 오래전 덕수궁 현대미술관에 이중섭이 담배껍질에 그린 그림들 전시한걸 본적 있는데 당일은 공사중이었다.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 18,000보를 걸었다는 걸 확인했다.


두번쨱날 호텔지하에서 간단한 조식을 먹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홈피에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오픈이 9시이나 가서 보니 오픈이 10시다. 가장 빠른 곳이 교보문고다. 가기 전 브런치를 먹는 빵집에서 따뜻한 라테를 시켰다. 맛이 만족스러웠다. 교보문고 오픈하자마자 지하 로이텀 다이어리 파는 곳으로 가서 위클리를 찾았지만 위클리는 없었다. 그냥 빈손으로 가기에 아쉬워 로이텀 다이어리 바우하우스판을 사고 미니선충기까지 구입하고 나왔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도 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부터 4층 5층까지 보는 건데 3층에서 5층까지 계단으로 가서 보고 다시 내려와서 4층 보는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 이곳도 무료다. 무료인 것에 반해 내용이 상당히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당초 리움미술관을 가려고 했으나 세종문화회 간에서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시회를 하고 있어서 입장료 2만 원을 결재하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은 건지 장소가 좁은 건지 지하는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일부 예술작품을 대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관창 할 수 있었다. 작품에 앞서 마음가짐을 다시 하려는지 쉽게 커튼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백발의 할머니가 작품가까이 얼굴을 내밀고 한참을 보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 자세히 작품감상을 한 게 아니라 런던 내셔널갤러리를 3번째 갔을 때 아무런 감흥을 못 느낀 것처럼 기억에 남은 작품도 없고 모네작품과 다른 작품이 섞여 있었는데 모네작품을 본 것 같지도 않고 앤디워홀 것도 본 기억이 없다. 약간 속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이틀차 나의 워케이션이 끝났고 이틀차에도 걸음은 18,000보로 첫날과 같았다. 폭염에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획했던 미션을 수행하느라 발도 아프고 종아리도 당겼지만 결과는 만족이다.

아쉬운 건 시골사람 티안 내려고 에코백을 30프로 세일해도 거금 198,000원을 주고 샀으나 폭염에 에코백을 어깨에 메거나 한 손에 드는 것도 무리인 듯싶어서 그냥 백팩을 메고 서울 갔다. 가서 보니 나보나 나이 많은 사람들도 전부 여행자인지 모르겠지만 거의 백팩을 메고 있었다. 잠깐 기내용 캐리어도 생각했으나 노부부가 지하철 계단을 캐리어 들고 끙끙하는 걸 보고는 배낭선택은 잘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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