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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연구년을 지내게 된 계기

by 한량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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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5년 9월 1일(월)부터 안식년 겸 연구년입니다. 교토 류코쿠대학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류코쿠대학은 일본 교토부 교토시에 위치한 사립대학입니다. 약칭은 류다이(龍大りゅうだい)인데요. 긴키(近畿) 지방, 즉 교토, 오사카, 나라 등 지역의 사립대학 무리를 일컫는 산킨코류(産近甲龍)에 속해 있습니다. 교토의 정토진종(浄土真宗) 대본산인 니시혼간지((西本願寺) 계열 불교 재단에서 설립했습니다. 캠퍼스는 교토에 오미야(大宮) 캠퍼스와 후카쿠사(深草) 캠퍼스, 시가현 오쓰시에 세타(瀬田) 캠퍼스가 있습니다.


법학부는 후카쿠사 캠퍼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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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연구실은 오미야캠퍼스에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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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캠퍼스는 버스로 30분 정도 거리인데, 양 캠퍼스를 오가는 스쿨버스가 있다고 합니다. 오미야캠퍼스는 메이지 시대 나무들이 있는 백 년 정도의 고색창연함이 있거든요. 제 연구실은 리모델링한 도서관 4층에 있습니다.


류코쿠대학에 저를 초대해 준 분은 데와 타카유키 교수이신데요. 2013년에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연구를 하면서 제게 인터뷰를 요청한 인연입니다. 2016년 1월에는 학생 인권에 관심 있는 교사들과 류코쿠대학을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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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는 간간이 카톡으로 명절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습니다.


2024년 연구용역 관련 교토를 방문해서 이번에는 제가 데와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2025년 2학기부터 연구년이라 하니 류코쿠대학에서 초청을 해줄 수 있다고 데와 교수께서 먼저 제안했습니다. 저는 딱히 외국에서 연구년을 지낼 생각을 하지는 않았거든요. 너무 반가워서 내년에 초청을 해주십사 부탁을 드렸지요.


작년에 딸애가 결혼을 하겠다고 하고 올해 7월 초에 무사히 결혼식을 마쳤습니다. 아들은 이전에 직장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고요. 배우자와 저만 있으니 이주가 자유로웠죠. 6개월은 국내 여섯 곳에서 한달살이를 하고, 6개월만 교토에 올까 생각도 했었습니다. 외국에서 일 년 생활은 마지막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처음이거든요. 2007년 연구년 때 6개월 동안 뉴질랜드에 머무른 것이 가장 긴 외국 체류였습니다. 어떤 생활일지 궁금했습니다.


저희 학교에 제출한 연구 주제는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식민 관계 이후 한국과 일본의 평화 관련 법제 연구입니다. 최근에야 류코쿠대학에 안중근 동양평화연구소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류코쿠대학은 소장하고 있는 안중근 의사 유묵 글씨를 해마다 전시하고 있다고도 하네요. 2016년 방문 때 안중근 의사 글씨를 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예전 휴대폰 사진을 정리하다가 그때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위의 사진이죠.


不仁者不可以久處約(불인자불가이구처약)

『論語(논어) 里仁(이인)』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어질지 않은 사람은 곤궁에 처했을 때 오래 견디지 못한다.”라는 뜻입니다.


이번 연구년은 제게는 동아시아 평화 문제를 연구할 좋은 기회입니다. 류코쿠대학에는 한국의 학생인권조례와 아동친화도시 그리고 일본의 아동인권조례와 아동청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한 아동 인권 문제를 연구한다는 계획서를 제출했습니다.


최근에는 데와 교수와 기가 막힌 우연의 인연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데와 교수가 경주를 좋아해서 여름휴가 때 경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요. 저는 우연히 경주 우양미술관에서 열리는 백남준 작품 전시 소식을 알게 되어 급하게 8월 23일에 경주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데와 교수 경주 여행 이후라 제가 경주 왔다가 집에 가는 길이라고 인사하는 카톡을 보냈는데요. 데와 교수도 경주에서 기차를 타고 처가인 의왕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기차였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있을 수 있는 우연입니다.


교토에 와서 학교가 임차하여 임대하는 숙소와 오미야 캠퍼스 연구실 관련해서 데와 교수를 만났는데요. 자신의 배우자를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는데, 확대해 보니 기차 기다리는 저의 모습이 찍힌 겁니다. 너무 신기했습니다. 제 모습만 편집해서 보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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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경주에서 첫 전임교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마지막 연구년을 일본의 천년고도 교토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정년까지 5년 남짓 남았는데요. 연구년의 연원은 안식년입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6년 근무하면 1년의 안식 기회를 주는 거죠. 연구와 교육을 잘하라는 의미에서요. 안식과 연구가 잘 조화를 이루도록 일 년을 잘 살아 보겠습니다. 이제 브런치스토리의 브런치북과 함께 그 여정을 시작합니다.


* 브런치북 표지: 京都御所, 제작자 IBA, 치수 5120 x 3840px, 파일 유형 JPEG, 범주 건물, 건축, 라이선스 유형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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