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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고생만 한 아내, 왜 남편을 떠나지 않았을까?"


며칠 전 상담실에 70대 부부가 오셨다.


첫마디부터 한숨이 깊었다.


"선생님, 우리 남편은

평생 월급 한번 제대로 안 갖다주고,

바람도 늘 피우고...


그런데 지금 와서

왜 나보고 챙겨달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옆에 앉은 할아버지는 머쓱한 표정으로만 계셨다.


이런 부부를 보면서 항상 드는 의문이 있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살았을까?'


할머니는 왜 그토록 힘든 상황에서도

혼자 모든 걸 감당하며 살았을까?


할아버지는 왜 평생 가장 역할을 회피하면서도

가정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노인부부상담을 하면서 깨닫게 되는 건,

이런 부부 조합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걸 내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누군가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만나는 건

그냥 운명 같은 일이 아니었다.


거기엔 보이지 않는 무의식의 심리적 법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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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이런 말을 자주 하시는 할머니들을 만날 때마다,

그 강함 뒤에 숨겨진 깊은 외로움을 본다.


그리고 그 옆에서 점점 작아져가는 할아버지의 말 못할 무력감도 함께.




혹시 우리 부모님도,

혹시 우리도

이런 패턴 안에 있는 건 아닐까?


놀랍게도 이런 부부 조합은

우리나라 70-80대 가정에서 의외로 흔한 패턴이다.


어려운 시대를 함께 살아온 세대일수록 더욱 그렇다.


한 사람은

모든 것을 떠맡아 가족을 지켜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그늘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왔다.


"우리 어머니도 그랬어요...

아버지는 맨날 밖에서 놀고,

어머니 혼자 우리 4남매를 키우셨죠."


상담을 받으러 오신 분들의 중년 자식들이 하는 말이다.




이들은 자신의 부모를 보면서

"나는 절대 저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자신의 결혼생활을 돌아보면

비슷한 패턴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



가장 가슴 아픈 건,

이런 극단적인 역할 분화가

어린 시절의 상처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믿게 된 아이와

"어차피 내가 해봐야 소용없다"고 학습한 아이가 만나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50년이 지나고 보니,

한 사람은 너무 많은 것을 감당하느라 지쳤고,

다른 한 사람은 너무 오랫동안 방관하다가 무력해져버렸다.


둘 다 상처받았지만,

그 상처를 표현하는 방식이 정반대였던 것이다.




왜 어떤 부부는 한쪽이 모든 걸 떠맡고 살게 될까?


왜 다른 한쪽은 평생 책임을 회피하며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살아온 부부에게 노년기는 어떤 의미일까?


이런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부부관계의 깊은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었다


"저 할머니는 원래 강한 분이야"

"저 할아버지는 원래 무책임한 사람이야"


우리가 흔히 하는 이런 판단들이

사실은 절반의 진실만 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뒤에는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보이지 않는 상처들이 있었고,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상처 주는
복잡한 마음의 메커니즘이 있었다.



70~80대에 상담실을 찾는 부부들을 보면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50년 넘게 굳어진 관계도

변할 수 있다는 걸 목격할 때다.


작은 변화지만,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들이 주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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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 [두번째봄날] 노인심리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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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의 모든 글은 내담자 보호를 위한 상담 윤리에 따라 여러 상담 경험을 종합하고 각색하여

구성한 교육용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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