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富)만 양극화? 도로도 불평등하다
따릉이는 벨을 울리지 말아야 한다. 인도(人道)는 보행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따릉이라는 이름부터 시대착오적이다. 공공 자전거 이름을 그렇게 지으니 따르릉 따르릉 하며 행인들더러 비키라고 한다. (중략) 사실 따릉이 잘못이 아니다. 따릉이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곳이 인도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자전거 타기를 권하면서 자전거 문화가 엉망인 나라도 없을 것이다. 전국 자전거 인구는 1300만명에 이르고 서울시 따릉이 누적 회원 수만 170만명에 달한다. 5년 전 2000대로 시작한 따릉이는 올해 2만5000대로 12배 넘게 늘었다. 그런데 한강 자전거 길을 제외한 서울의 자전거 인프라는 여전히 형편없다.
보통 가난한 도시들이 흙길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동차들이 빠르게 지나갈 수 있게 길 중앙에 아스팔트를 까는 것이다. 하지만 엘파라디소 대로는 달랐다. 길 중앙에 콘크리트와 타일을 깔았지만 자동차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무릎 높이로 길을 조성해놓았다. 이 포장도로는 보행자와 자전거만 진입하도록 만든 산책로다. (중략) 예산이 부족해지고, 자원이 희귀해지고, 모든 도시설계 결정이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낳게 될 시대에 선진국 도시들은 이곳의 풍경 속에서 배울 것이 있다. 그것은 정신적 위기의 시기에 정치인들이 선택한 행동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