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나를 사랑하려는 이야기

by Nae kim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비로소 자신의 몸과 삶을 사랑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가 될까?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것은 완벽하다지만, 나는 나이가 더해질 수록 쾌적한 컨디션의 몸과 마음을 장착하고 세상과의 관계를 점점 명랑하고 선명하게 해 나가고 싶다. 그래서 구체적인 실행 방법으로 몸의 컨디션을 위해 요새 관심을 갖고 있는 생활습관의학, 갭스 식이요법 등을 나에게 적용하는 과정과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돌보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아직 살짝 덥지만 9월 중순이 되니 집 앞마당의 그늘에선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일요일 오전은 마음이 한껏 한가롭기 때문에 작은 마당에 테이블과 의자를 펴고 앉았다. 의자를 하나 더 앞에 놓고 다리를 쭉 뻗으니 이보다 편할 수는 없다. 발치에는 햇볕이 들어오고 몸은 시원하니 딱 좋았다. 시원한 레몬수 한 잔과 다운로드한 책이 잔뜩 들어있는 아이패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읽고 싶던 책을 읽어 내려갔다. 어느 카페에서도 할 수 없는 이 시간의 작은 호사를 충분히 즐겼다.


발목에 작은 가려움이 느껴지기 전까지.

'그새 뭐에 물렸나...'


처음에 잠시 거슬렸던 가려움증은 점점 커지더니 발목 전체가 가려웠고 자꾸 손이 가서 긁게 되니 피부는 열이나며 금세 빨갛게 변했다.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발목의 가려움과 함께 왼쪽 팔에도 슬며시 좁쌀만 한 게 하나 올라오며 가려움이 시작되었다. 햇빛 알레르기로 고생했던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무슨 안 하던 짓을 하다가 일을 만들었어! 정오가 되며 그늘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당장에 세팅을 철수했다. 급하게 집으로 들어가 피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샤워를 하고 에어컨을 켰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온몸을 돌아다니며 가렵고 화끈거리는 두드러기가 하루 이틀 내 가라앉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내 다 버리고 피부과를 검색했다. '기능의학' 문구가 소개로 들어간 피부과를 찾아갔지만 아무 검사도(십 년 전에 했던 검사들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고 더 특별한 검사는 비용과 기간이 소모되고 등의 설명으로) 어떤 소견도 듣지 못하고 개인 병원에는 검사의 한계가 있다며 스테로이드 연고와 먹는 약 처방전을 받고 왠지 허전하여 실비 처리가 된다는 촉촉한 바디로션을 사들고 나왔다.


약을 먹으니 두드러기는 서서히 가라앉았지만 반대로 발진의 원인을 찾을 방법은 요원해졌다.

그리고 그보다 몇 년간 안 나타나던 증상이 나타난 것에 좀 허무했다.

괜찮아진 줄 알았더니 숨어있었나.

그깟 두드러기 쯤 별 것 아닌데 나는 이 두드러기로 글을 시작할만큼 사실은 신경이 쓰인다.






나는 십 년여 년 전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침, 두드러기와 아토피로 몇 년 간 고생을 했었다.


비교적 건강하신 생활습관을 갖고 계신 부모님의 영향인지 큰 병치레 없이 살아왔었는데 이혼과 사업과 일에서 스트레스를 동반한 사건을 연달아 겪으며 갖가지 질환들이 찾아온 것 같았다. 체력은 바닥이었고 겉으로 드러난 증상은 하루 종일 계속되는 기침과 아토피, 다양한 두드러기, 불면 등이었지만 병원에서 검진 차 가슴의 한가운데를 누르면 심한 통증과 갑자기 눈물이 나곤 했으니 누가 봐도 스트레스가 원인이었고, 내가 느끼거나 느끼지 못하는 이런저런 신체적 증상들이 나타났다.


당시에 나는 내가 몸으로 겪어낸 스트레스를 없던 척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빠르게 사회에서 '괜찮아 보이는 사람'으로 나를 포지셔닝하고 싶었다. 체력과 두뇌를 포함해 내 몸은 효율적으로 작동해야만 했고 달마대사 그림을 벽에 걸어놓은 마사지 선생님부터 뇌파 측청까지 온갖 다양한 병원과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몸을 치료받게 했다. 자동차 한 대 값을 쓰면서 받았던 개인피티 운동 선생님에겐 몸을 존중하지 않고 갖다 쓸 생각만 한다며 늘 잔소리를 들었고(나는 들은 척도 안 했고) 병원을 옮길 때마다 바뀌는 권장식단을 철저하게 지켰다. 안 좋다는 음식은 입에도 안 댔고 온갖 영양제를 섭취했다. 먹는 게 행복하지 않아 졌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걷기든 뭐든 조금이라도 거의 매일 운동하는 삶으로 바뀌며 몇 년간 이젠 꽤나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오랜만에 잊고 있던 두드러기가 나타난 것이 예사로 넘겨지지 않는다. 어쩐지 점차 모든 게 시들해지더니 올해는 유독 기운이 없고 부쩍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는데...


오랜만에 내 몸이 다시 작게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번엔 내 몸을 소중하게 여기고 나만의 고유한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는 앎이 자연스럽게 생길 만큼 나이가 들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