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부 교사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동료 교사들과 함께 일하는 시간만큼, 집에서는 만 네 살 딸과 이제 막 9개월이 된 어린 아들, 두 아이와 함께 씨름하는 시간이 기다립니다. 특히 퇴근 후 집에서의 시간은 또 다른 의미의 '업무'로 가득합니다.
아내는 제가 학교에서 비교적 업무 강도가 낮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수업과 행정 업무 외에 '공강 시간'이 있고, 최근에는 학폭 업무 경감까지 받아 그런 생각은 더 확고해진 듯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종종 '육아 시간'을 써서라도 3시 반에 퇴근해 일찍 와달라는 아내의 요청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저도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학교는 분명 일하는 곳이지만, 집에서의 육아와 살림처럼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종류의 일과는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후 4시 반, 정시 '칼퇴근'을 합니다. 그리고 집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밤 8시 반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때까지, 저는 쉬지 않고 집안일을 하고 육아에 매달립니다. 저녁 준비, 설거지, 빨래, 젖병씻기, 아이들 목욕시키기, 책 읽어주기 등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그 와중에 하루 종일 어린 아기와 씨름하며 지쳤을 아내의 짜증과 힘듦까지 고스란히 받아냅니다.
때때로 억울함이 목 끝까지 차오릅니다. 저는 분명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온 사람인데, 집에서는 마치 학교에서 '놀다' 온 사람처럼 여겨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의 제 시간과 노력은 퇴근 후의 고단함 앞에서 희미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하루 종일 어린 아기와 씨름하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 저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쉬지 않고 이어지는 육아의 무게, 단절된 듯한 사회생활에서 오는 외로움 등 아내의 입장을 이해하려 애씁니다. 하지만 동시에,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저의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최소한 제가 '놀다 온'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받고 싶은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서로의 고단함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집에서의 노동'과 그 노동이 요구하는 에너지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그 깊이를 알기 힘든 부분이겠지요. 저희 부부 역시 그 간극 속에서 서로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내고 있습니다.
육아동지 부부교사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