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술 문제는 평생 숙제와 같았다. 자주 드시는 건 아니지만, 1년에 서너 번 정도, 술을 드셨다 하면 여지없이 과하게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다음 날에는 어김없이 고통스러워하셨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도, 술 때문에 아버지와 다투시는 소리를 듣는 것도 나에겐 깊은 피로감과 짜증을 안겨주었다.
결혼해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나는, 밤 8시 반이면 아이들을 재우며 함께 잠드는 게 일상이었다.
어느 날 새벽 1시, 깜빡 잠이 들었던 나를 휴대폰 진동이 깨웠다. 어머니의 카톡이었다. 또 술을 드셨다는 직감과 함께 밀려온 답답함. 술에 취해 오타가 뒤섞인 메시지였다. "아들 용돈 얼마나 줄 거야?" 이유를 묻자 내일 밥먹을때 주려고~했다. 돌아온 답은 더 황당했다. "너가 좀 짜잖아. 이번엔 쌔게 해."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한밤중의 카톡, 1년에 서너 번뿐이라 더 충격적인 만취 상태, 그리고 황당한 용돈 요구에 심지어 '쌔게 하라'는 말까지. 그 모든 것이 뒤섞여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성을 잃고 말았다. 진심인지 장난인지 모를 그 말이, 특히 며느리도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할 말은 아니라고, 나는 자겠다고 길게 답장을 보내고는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다음 날, 어머니는 상처받은 목소리로 내게 울면서 욕을하면서 전화를 하셨다. 내가 너무 심했다며, 서운함을 넘어 분노를 쏟아내셨다. 어머니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내가 너무 매몰차게 반응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의 분노와 실망감 또한 진심이었다. 어쩌면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에 더 폭발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후회와 미안함이 밀려왔지만, 이미 뱉어진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그날 이후 어머니와의 관계는 어색하고 불편해졌다. 가족이지만 풀기 어려운 숙제처럼, 깊은 밤 울린 카톡은 우리 사이에 씁쓸한 상처를 남겼다.
아주 가끔이지만 술 앞에 무너지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에게 결국 상처 주는 말을 내뱉고 마는 나. 이 관계의 실타래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