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크랭크업까지 한 달
제목이라 있어 보이게 적었지만, 나는 지금 허덕이며 석사 생존기를 찍고 있는 중이다.
석사란 무엇일까? 우스갯소리로 대학생이 죄를 지으면 가는 곳이 대학원이라고들 한다. 내가 직접 느껴본 바로는 맞다 나는 죄를 지은 것이 분명하다. 누구를 향해서 지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에게 아니면 교수님에게? 그리고 무슨 죄를 지었을까?
반쯤 장난이긴 하지만 저런 농담이 돌아다닐 정도로 대학원생 생활은 전혀 쉽지 않다. 분명 나는 대학원에 오기 전에 나의 관심 분야가 확고했고, 졸업 후에는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도 정했던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어디든 뽑아주신다면 이 한 몸 불사 질러 열심히 일하는 개미가 되겠다고 말하는 중이다. 제일 문제는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공부도, 직무적으로도 모든 것이 어정쩡한 이 상태가 나를 갉아먹고 있는 것을 느낀다.
내가 이렇게 나를 갉아먹는 이유 중 하나는, 나의 부족함이 더 넓은 세상에서는 더욱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참 똑똑하다. 일도, 공부도 효율적으로 잘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같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공부든 취직이든 만반의 준비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거기에 그 인력풀이 타국인까지 넓어지면 좌절감을 두배로 맛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을 알기에 질투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질투를 해도 바뀌는 것도 없기도 하고. 그래도 나를 갉아먹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공부도 참 어렵고, 취직은 더욱 어렵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공부에는 재능이 없어도, 실무 쪽으로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전에 본 면접을 통해 그 마음도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저 망한 면접은 내 준비 부족이 가장 큰 패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음 달이 지나면 내가 어디에 있을지 어디를 향해갈 지를 모르니 한숨을 쉴 틈도 없이 불안함만 늘어가는 느낌이다. 지금도 네 개의 시험과 그룹 프로젝트, 시작도 안 한 논문이 산더미처럼 내 앞에 서있고, 답장을 받지 못하는 지원서를 작성하는 중이다. 캘린더를 볼 때마다, 데드라인이 생각날 때마다 불안하고 회피하고 싶어 진다. 그래도 관성처럼 구직사이트를 보고, 지원서를 쓰고, 공부를 하는 척하다 보니 오늘 하루도 끝나버렸다.
쉽지 않은 길로 커리어를 정해버렸기 때문에 더 공부해야 하고 힘에 부치지만, 오늘 하루도 존중하며 버텨냈으니 나한테 잘했다고 말해주면서 정리해본다. 그리고 공개된 브런치에 푸념을 늘어놓는 관종은 누군가 이 글을 보고 나한테 잘하고 있다고 얘기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거기에 더해 누군가가 내 이야기 같아 위로(?)를 얻으신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다행이기도 하고. 각설하고 오늘도 생각하는 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개인, 20대, 청년, 대학원생 등등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되자! (그리고 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