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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열 Sep 24. 2024

노년과 은퇴의 찬가

누구에게나 노년은 온다. 노년은 은퇴, 노화, 요양의 3단계로 진행이 된다. 옛날에 비해 현대의 건강관리나 의료체계가 엄청나게 발달하였기에 각각의 시기는 통상적으로 알려진 것과 많은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추 60세 전후하여 다니던 직장이나 하던 일에서 벗어나 정년과 은퇴를 맞이하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건강은 아무 문제 없고 그 나이에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데 대한 반감이나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전문가들 이야기에 의하면, 개인 차는 있겠지만 대략 75세 전후하여 노화현상이 본격화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여기저기 아프거나 병원 갈 일이 자주 생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은퇴하고 잘 놀 수 있는 시간은 10년 남짓이라는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튼튼한 다리로, 가고 싶은 곳 다니며, 제2의 인생을 즐기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니 은퇴 후 10년, 잘 놀기로 하자. 

그러다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90세 전후하여 나 혼자 움직이고 내 힘으로 살아가는 게 점점 버거워지게 된다고 한다. 크고 작은 병이 생기고 기족이나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90대에도 정정한 사람 적지 않지만 매일 병원가고 안 아픈데가 없고 남에게 의지하는 일이 많아지는 그런 시기라고 할 것이다.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하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은퇴는 어치피 오는 것이고 은퇴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 나아가 어떻게 잘 지낼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제2의 인생, 또 다른 황금기를 맞이하여 새롭게 변신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긴 시간에 걸쳐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은퇴 이후 삶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내 자신도 은퇴하고 나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많은 고민을 하였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은퇴로 인한 생활의 변화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소득이 감소하는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점은 거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저녁자리와 같은 모임의 횟수도 줄어들게 된다. 그러다보니 외로움이나 정신적인 번민이 많아지게 된다. 은퇴가 가져온 물리적인 변화에 비해 사회적인 그리고 심리적인 변화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자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얼마전 65세 정년퇴임을 하였다. 이후 수많은 고민을 하였고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으며 많은 자료를 섭렵하였다. 은퇴와 노년을 잘 받아들이고 슬기롭게 대응하는 일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축적된 사색, 경험, 지식을 통하여 서로 공감하고 격려하는 길이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이 사회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명망있는 영적 조언자로 알려져 있는 안젤름 그륀 신부님의 글귀 하나를 소개하기로 하자.

"노화란 기존 세계와의 작별이 진행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다른 세계에 발을 담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세상이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은퇴하거나 나이가 들어서 심심하고 외롭고 일상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은 이미 다른 세상으로 편입된 것을 자신이 깨닫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뜻이리라. 다른 세계로 갔으면 삶의 모드를 바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불행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은퇴와 노년은 누구에게나 오고 피하지 못하는 것이며 불행한 일도 아닌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삶의 찬가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 어떻게 슬기롭게 대응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전에는 안 했던 것, 못 했던 것들을 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할 것이다. 욕심을 내려놓고 주변을 돌아보며 새로운 시각을 갖기 시작하면 세상이 달리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은퇴와 노년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잘 풀어가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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