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인생의 큰 사건에 해당한다. 누구나 은퇴를 하기 마련이고 머지않아 은퇴할 것을 미리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닥치면 일상생활이나 마음가짐에 영향이 크고 상당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은퇴 후에도 계속 일을 하거나 여전히 바쁘게 사는 사람도 일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득이 줄고 소일거리가 없어져서 고통을 받게 된다. 은퇴는 심심함과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은퇴 이후의 삶에 있어서 소득은 여전히 큰 중요성을 갖는다. 소득 없이는 생활이 곤란하고 제2의 인생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득이 없어지는 것 뿐 아니라 내가 속한 직장 즉 소속도 없어지고 일과 관련하여 남들과 소통하는 것도 대부분 없어지게 된다. 소득, 소속, 소통의 부재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소일거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낮 시간대에 내가 해야 할 일이 없어지고 자연스레 저녁자리와 같은 모임의 횟수도 줄어들게 된다.
자영업을 하거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다양한 종류의 직장에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직장인으로 살다가 은퇴를 하면 시간의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내 자신의 경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연구원에서 20년, 대학교에서 20년가량 근무하였다. 일반 회사와는 다른 근무환경이었을 수도 있는데 아무튼 평일 기준으로 매일 10시간 정도 일을 하였고 하던 일이 잘 맞았던 탓인지 비교적 만족스럽게 직장생활을 하였다.
나는 은퇴를 하고 종전의 직장과는 성격이 다른 곳에서 약간의 소득과 일자리를 얻어 살기도 하였지만 자의로 사임을 하였다. 이후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볼까 하다가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게 싫어서 은퇴 백수로 지내게 되었다. 그러자 사람관계에서 오는 감정소비를 안 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심심함, 소일거리의 문제가 나쁜 점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종전에 일로 채웠던 시간의 공백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이것저것 조금씩 해보다가 유튜브에 접하게 되었고 유튜브로 시간의 공백을 다 채울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소일거리와 취미활동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더 나아가 유튜브를 잘 활용하면 커다란 만족을 얻을 수 있기도 하다. 유튜브는 미경험의 세계가 광활하게 펼쳐지는 공간이다. 유튜브를 통해 영화 요약본을 보거나 수많은 여행지에 가볼 수 있다. 해보지 못했던 취미활동도 간접경험할 수 있다.
특히 여행에 관해서는 유튜브의 경제학을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의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편익의 측면에서 보면 직접 여행을 가는 것에 비해 유튜브를 통한 영상 시청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편익밖에 제공하지 못한다. 내돈 내산으로 현지에 직접 가봐야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용 측면에서 보면 유튜브를 통한 여행의 간접경험에는 큰 장점들이 있다.
직접 가보는 여행은 비행기 타고 멀리 가서, 예약한 숙소에 머물고, 현지이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저런 불편이나 걱정이 있는 게 여행의 맛이기도 하지만 어렵게 여행지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보는 둥 마는 둥 하는 경우도 있다. 관광지가 문을 닫았거나 공사 중이라서 입장을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현지에서 소매치기 당하거나 식사가 안 맞을 수도 있고 날씨가 안 좋아서 구경거리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튜브를 통한 여행 대행은 이런 어려움이나 위험요소를 회피할 수 있다. 그래서 진짜 여행에 비해 편익이 매우 낮지만 비용이 훨씬 적은 유튜브 간접여행으로 순효과가 플러스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유튜브 활용법은 다음 편에서 따로 말하기로 하고 유튜브를 통해서 '날마다 세계여행'을 할 수 있고 '세상은 넓고 볼 것은 많기에' 감사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유튜브는 시간의 공백 중 일부를 채워주는 훌륭한 대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