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멀어지는 것들

이별

by 그리울너머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이별의 틈에 서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스치듯 나누었던 찰나의 헤어짐, 한때는 세상의 전부였던 연인과의 끊어짐, 영원할 것 같았으나 계절이 바뀌듯 자연스레 멀어진 친구들까지. 삶은 어쩌면, 다가오는 것들을 맞이하는 일이 아니라 떠나가는 것들을 배웅하는 긴 과정일지도.


나이를 먹는 건, 거창하고 요란했던 이별들이 점점 소리 없는 파도처럼 덤덤해지는 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김광석의 노래가 읊조리듯, 우리는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습니다. 다툼도 미움도 없이 그저 연락이 뜸해지고, 만남의 횟수가 닳아 없어지며 맺는 친구와의 이별. 그것은 내가 짐작하지 못한 사이에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멀어지는 가장 쓸쓸한 이별입니다.


많은 인연 중 부모님과는 두 번의 안녕을 고합니다. 결혼이라는 이름의 출가, 죽음이라는 이름의 영결. 결혼식 날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 그것은 벅찬 행복이라기보다, 이제는 그들의 둥지를 떠나야 한다는 원초적인 슬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명백한 슬픔이었습니다.


우리는 준비해야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관계를, 헐거워진 인연의 끈을 놓는 법을,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영원한 부재를 담담히 응시하는 법을 말입니다. 모든 만남은 결국 이별을 잉태하고 있기에, 오늘 마주하는 그들의 뒷모습이 유난히 시리도록 아름다운 것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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