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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나라면 02화

15년 만의 대개편, 별점 테러받는 카카오톡

개편 일주일 뒤, 카카오는 부분 원복을 발표했다.

by kaily

9월 중순 즈음, 카카오톡의 대대적인 개편 소식이 들려왔다.

새 버전이 스토어에 출시되기 무섭게 동료가 물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 했어요?"
"아직요."

"하지 마세요"

"왜요?"
"그냥 광고판이에요. 진짜 불편해졌어요."

카카오톡이 인스타그램처럼 바뀐다는 기사를 보고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했는데,

동료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어떤 변화가 문제일까?' 싶어 바로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개편 후 친구탭

업데이트를 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친구탭'이었다.

그곳엔 반갑지 않은 친구(친구목록에만 추가되어 있는)의 프로필 사진이 버젓이 상단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싶어 하나씩 개편 내용을 살펴봤다.


그리고 곧, 공급자 관점에선 일관된 의도가 보이는 개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카오톡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사용자를 더 오래 붙잡아 두고,

광고 지면을 확장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목적이 뚜렷했다.


카카오의 개편, 왜 지금이었을까?


1. 플랫폼 체류시간의 증대가 필요했다.

와이즈앱.png 출처: 와이즈앱 SNS앱 사용자, 1인당 평균 사용시간 조사

25년 8월 와이즈앱 조사에 따르면, 카카오톡은 MAU 4,819만 명으로 국내 메신저 중 가장 높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11시간 25분으로, 인스타그램(18시간 1분)이나 틱톡(17시간 41분)에 비해 짧다. (출처: https://www.wiseapp.co.kr/insight/detail/844/top-sns-apps-mau-and-average-time-per-user-ranking )


또한 오픈서베이「소셜미디어 트렌드 리포트 2025」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의 DM 기능은 15~24세 이용자들 사이에서 ‘개인 메신저’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젊은 세대가 타 SNS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카카오톡은 여전히 높은 이용자 수를 가지고 있지만, 사용 시간 측면에서는 경쟁 앱들에 비해 밀리고 있다. 따라서 플랫폼 내 체류시간을 늘려 ‘주요 서비스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었다.


체류시간 증대는 단순히 이용자 충성도 제고에 그치지 않는다. 앱 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광고 노출 기회와 매출이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이는 수익성 개선과도 연결된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이용자의 플랫폼 체류시간을 늘리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동안 큰 변화가 없던 카카오에겐 특히 절실했다.


2.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내야 했다.

모멘텀이미지.jpg

카카오는 2025년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2조 283억 원, 영업이익은 39% 증가한 1,859억 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는 이번 실적을 바탕으로 하반기에 트래픽 성장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필요했고, 최근 기사를 종합해 보면 아래 두 가지가 주요 성장 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1. 개편을 통한 광고 지면 및 유형 확대

2. AI 연계를 통한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


따라서 카카오는 3분기 실적 개선과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해 속도를 높였을 가능성이 크다.



철저히 공급자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이 판단은 합리적이고, 방향성 또한 맞는 것처럼 보인다.


카카오 CPO는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불편 사항을 해소하고, 대화와 관계, 일상을 더욱 쾌적하게 만들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약속이 실제로 구현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만약 내부에서 카카오 메신저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사용자 조사가 선행되어 기존 고객 사용성이 고려된 개편이었다면, 개편 직후 대규모 불만, 별점 하락이 이 정도 규모로 발생했을까?


고객은 익숙한 것이 바뀌는 것을 본능적으로 불편해한다.

특히 카카오톡은 지난 15년간 큰 UI 변화가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전면 개편이 더더욱 갑작스럽게 느껴져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사용자의 반발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하고 고려했다면,

전면 적용보다 점진적 롤아웃(예: 1%, 5%)이나 기능별 단계 도입(Phase)을 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개편은 사용자 관점보다 기업 관점이 앞선 듯한 인상을 남겼다.


개편 내용

카카오 v25.8.0 업데이트의 주요 변경 내용을 정리하고, 왜 이렇게 개편했을지에 대해 예상해보려고 한다.

이번 개편에는 어떤 기능이 들어갔고 어떤 문제를 풀려고 했을까?


1. 친구탭 개편

친구탭.png

첫 번째 탭인 친구탭이 1 탭이라 그런지 가장 크게 와닿았다.

설치 직후 볼 수 있는 첫 페이지에는 최근 업데이트된 친구들의 업데이트 내용을 게시물 형태로 볼 수 있었다. ATF(*Above The Fold: 스크롤하지 않고 볼 수 있는 화면 영역)에는 확대된 광고 영역과 별도 페이지로 분리된 기존 친구 목록, 최근 업데이트한 친구의 프로필 정보가 타임라인 형태로 배치되어 보였다.


친구가 프로필 사진, 상태 메시지, 디데이 등을 업데이트하거나 프로필에서 [+새 게시물 작성하기]버튼을 클릭한 후 게시물을 작성하면 프로필 홈 내 격자형 피드에 노출된다.

새롭게 등록 가능한 게시물은 사진, 내용, 링크, 위치, 공개 범위, 댓글 작성 허용 여부를 선택하여 업로드할 수 있다. 또,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로 프로필/게시물 공개 범위는 세밀하게 설정 가능하도록 했다.


친구탭을 개편한 주된 이유는 '체류시간 및 광고 수익 증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존 친구 목록만 볼 수 있었던 첫 번째 탭은 상단 광고 영역을 제외하고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황금땅인데, 놀고 있는 땅'이라는 생각이 들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 목록을 확 줄이고, 별도 페이지로 분리한 후 놀고 있던 황금땅을 '체류시간' 증대를 위해 '친구'를 활용한 인스타그램 형태로 개편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2. 채팅방 폴더 기능

채팅방폴더 기능.png 출처: 카카오 사이트

하단 두 번째 탭인 채팅탭의 변화다. 채팅탭 최상단에는 새로운 형태의 탭이 생겼다.


전체, 안 읽은 탭은 기본적으로 있는 고정탭이고 탭 영역에 있는 채팅방 폴더 관리 버튼을 눌러 새로운 채팅방 폴더를 최대 10개까지 추가할 수 있다. 폴더 이름을 입력하고 해당 폴더에서 볼 채팅방을 선택하면 폴더가 생성된다. 생성된 폴더는 사용자가 직접 순서 변경이 가능하도록 했다.(고정탭 제외)


해당 기능은 '채팅 목록'에 친구, 플친 메시지가 혼재되어 있어 원하는 채팅방을 쉽게 찾을 수 없어 폴더로 구분해서 쉽게 찾을 수 있게 하여 고객의 채팅 목록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자주 연락하는 친구는 첫 번째 탭인 친구탭 즐겨찾기 영역에서 빠르게 찾아 대화할 수 있었는데

친구탭 구조 변경으로 생길 수 있는 탐색 불편을 보완하려는 목적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는 '한 지면에 혼재되어 있는 다양한 채팅으로 인해 고객이 원하는 채팅을 빠르게 찾지 못해 편의성을 해칠 것이다'라는 가설이 있었을 것이고, 근거로는 내부에서 진행한 사용자 인터뷰, 검색의 사용 패턴 확인, 채팅 시작 지점, 채팅탭에서의 스크롤 도달비율 등을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메시지 수정 기능

수정.png 출처: 카카오 사이트

소소한 개선도 있었다. 기존에는 24시간 내 삭제만 가능했지만, 이제 보낸 메시지 '수정'이 가능해졌다.

수정된 메시지에는 '수정됨' 표시가 함께 붙어 어떤 메시지가 수정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기능은 '보낸 메시지에 오타가 있거나, 내용 수정이 필요한 경우' 사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

잘못 보낸 메시지가 아닌 보내야 하는데 수정이 필요한 경우 사용한다는 점에서 삭제 기능과는 차이가 있다.


수정 기능은 잘못된 메시지를 보낸 사용자의 수정 니즈를 반영하여, 작은 불편을 해결하고자 했을 것이다.

이미 다양한 메신저앱이나 SNS 서비스에서는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기능인데, 카카오는 그동안 제공하지 않고 있던 거라 채팅 편의성 기능 강화를 위한 목적의 개편으로 보인다.


수정 기능이 추가된 후 기존 '삭제 기능'의 사용률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삭제 기능 참고 기사 : https://www.yna.co.kr/view/AKR20250908093200017)


4. 메시지 미리 보기


Adobe Express - ScreenRecording_10-07-2025 19-53-35_1.gif 출처: 작가

읽지 않은 메시지를 대화창 미리 보기를 통해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카카오톡 알림 미리 보기를 해놓는다고 해도 최대 2줄밖에 보이지 않고,

지금 당장 읽고 싶지는 않은데, 궁금한 메시지는 미리보고 싶다는 니즈가 있어서 개편 전 꽤 궁금한 기능 중 하나였다.


채팅탭에서 읽지 않은 채팅방을 롱프레스하면 채팅창에 들어가지 않아도 메시지를 미리 엿볼 수 있다.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았지만, 카카오톡은 Chat GPT 탑재 후 2025년 안에 '안 읽은 메시지 미리 보기' 기능도 도입한다고 했다. (*출처: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1002_0003353211)


해당 기능은 사용자 편의성 개선 목적을 가지며, 답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메시지를

'읽음 처리' 없이 확인하고 여유 있을때 확인 후 답장하고 싶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단, 스냅샷 형태로 제공되는 기능이라 여러 메시지를 길게 보낸 경우 스크롤 업/다운으로 전체 메시지를 확인할 수는 없다는 불편함은 있을 수 있다.


해당 기능의 경우 사용자마다 호불호가 있지만, 그동안 읽음 처리 없이 채팅방 메시지를 미리 확인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던 고객에게는 꽤 만족도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검색해 보면 이런 니즈가 있는 고객들이 꽤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5. 지금탭 개편

숏폼.png 출처:카카오

하단 세 번째 위치에 있는 '지금탭'이 친구탭만큼이나 크게 개편됐다.

개편 전에는 '오픈채팅' 탭이었고, 내가 참여하고 있는 오픈채팅방을 비롯한 카카오톡 내 생성되어 있는 오픈채팅방을 카테고리에 맞게 분류하고 보여주고, 추천해 주는 역할을 하는 탭이었다.


개편 후에는 크게 숏폼, 오픈채팅 2개의 탭으로 구분되어 보인다.

숏폼탭에서는 일부 크리에이터들이 제작하여 업로드한 짧은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개편은 서론에 이야기한 '플랫폼 체류시간의 증대' 목적과 연결할 수 있다.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젊은 세대들(10대, 20대)을 붙잡기 위한 목적과 플랫폼 내 더 오래, 더 자주 들어오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젊은 세대의 경우 인스타그램 DM으로 지인과 일상 대화를 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숏츠, 틱톡 등 SNS 플랫폼을 사용하는 시간이 카카오톡과 비교했을 때

현저하게 높다는 부분이 카카오의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켜 카카오톡이 세 번째 탭에 '숏폼'을 넣는 게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카카오톡은 숏폼 기능을 통해 사용자를 Lock-In 시키고, 체류시간을 증가시키고, 동영상 광고 영역을

확보해 수익성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픈채팅 탭의 경우 내가 속한 채팅방이 보이고, 채팅방 리스트 영역에 광고 영역이 추가되었다. 또, '지금 뜨는 커뮤니티'라고 해서 오픈채팅 내 공유되고 있는 정보, 트렌드, 그에 대한 댓글이나 대화 내용 일부를 발췌하여 미리 보여주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 또한 고객의 체류시간 증대 목적을 위한 콘텐츠 제공이라고 판단된다.


개편 이후 지금탭의 사용률, 각 탭별 클릭률, 숏폼 탭 내 인당 평균 시청하는 숏폼 수, 숏폼을 이용하는 주 연령층, 전체, 각 탭별 체류시간, 숏폼, 오픈채팅 탭에서 발생한 광고 수익이 어느 정도 인지 지표에 대한 부분이 궁금하다.


추가로 세 번째 탭인 지금탭은 '원복 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친구탭만 원복 예정, 출처: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929_0003348805)

아마 세 번째 탭은 첫 번째 디폴트 탭만큼 많은 사용자가 보는 주요 탭은 아니라 유지하고,

지표 모니터링 후 추후 고도화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추측 해볼 수 있겠다.


6. 보이스톡 통화 녹음

보이스톡에는 확실히 고객의 편의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능들이 탑재되었다.

기기종류와 이동통신사와 관계없이 통화 녹음, 텍스트 변환, AI 요약, 검색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기본 전화앱으로 통화 녹음이 어려운 iOS 사용자에게 더 인기 있을만한 기능으로 보인다.

녹음된 내용은 카나나가 텍스트로 요약해 주며, 카카오톡 대표 UI인 말풍선 형태로 화자에 따라 녹음된 통화 내용이 정리된다.


말풍선을 누를 경우 녹음된 통화 내용이 자동 재생되어 생생한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다.


해당 기능은 '보이스톡을 통해 나눈 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기록하고 싶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나, 이미 여러 앱에서 제공되고 있는 기능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미투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카오 유저가 보이스톡을 어떤 패턴에 따라 어떻게 사용하는지, 얼마나 사용하는지는 몰라 어느 정도의 임팩트가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과연, 해당 기능 추가가 보이스톡 사용률, 사용 빈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보이스톡통화녹음.png


개편 내용에 대한 의견

대대적으로 개편된 내용 중 실제로 편의성이 개선되었다고 느낄만한 기능도 있었고, 불편하다고 생각한 기능도 있었다. 신규 버전을 사용하면서 내가 느낀 불편함은 무엇이었는지, 왜 그렇게 느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친구탭

친구목록이 나열되어 있을 때, 나는 주로 친구탭의 즐겨 찾는 친구 영역을 자주 사용했다.

채팅탭의 경우 채널톡으로 오는 다양한 광고 메시지와 친구와의 채팅방이 섞여서 자주 연락하는 친구의

메시지도 금세 ATF 영역에서 사라져서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검색하기도 번거로웠다. 그래서 디폴트탭인 친구탭에서 즐겨찾기 영역에 친한 친구를 바로 선택해서 1:1 채팅 버튼을 눌러 채팅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번 개편 이후에 나의 사용성은 유지되기 어려웠다.

디폴트탭에 친구 목록은 한 뎁스 더 깊어졌고, 미리 보기로 보이는 친구 또한 최근 업데이트된 친구나 생일 친구, 채널톡의 광고만 보이기 때문이었다.


영역을 줄이고 뎁스를 깊게 가져갈 거라면 기존에 '즐겨찾기' 해놓은 친구라도 잘 보여줬어야 했는데 이런 부분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느꼈다. 고객이 손수 즐겨찾기 해놓은 친구는 자주 보고, 대화하고 싶은 친구들이라는 것인데 이런 즐겨찾기 친구들마저 한 뎁스 깊게 숨겨놓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또, 친구의 프로필 정보 변경 내역이나 새로운 게시글 등이 친구탭에 보이는 게 처음엔 신기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가 깊이 있게 고려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1) 등록된 친구가 없거나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경우

2) 등록된 친구가 실제 친구가 아닌 경우

3) 등록된 친구의 업데이트를 이미 본 경우


1번의 경우, 테스트를 해보니 등록된 친구가 없거나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경우 친구 목록은 감춰져 있는 상태 그대로 나오고 친구목록 아래쪽 업데이트로 채워져 있던 영역은 모두 빈 상태로 나온다. 이럴 바엔 기존 친구 목록을 펼쳐서 보여주는 쪽이 기존 고객 사용성에는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새로운 SNS에 가입할 경우 비슷한 친구를 추천해 주거나 조금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친구 초대를 유도하는데 카카오톡의 경우 "초대하기" 버튼을 중앙에 배치해 두고 소극적인 형태를 취한 게 아쉬웠다. 전화번호 검색을 해서 즉시 추가를 하게 하거나 연락처 연동하기 버튼을 배치하는 것이 더 적합한 방법은 아니었을까?

2번의 경우, 친구로 추가만 되어있지 실제로 친구가 아닌 '일 할 때 만난 사이'라면 그들의 사적인 부분을 굳이 알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고객이 원하는 친구만 추가할 수 있고, 본인의 모든 정보를 비공개로 돌리고 '친밀도가 높은 친구'인 경우에만 보여줄 수 있는 기능이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으나, 카카오톡은 인스타그램과 엄연히 다른 성격을 가진 메신저앱임에도 불구하고 관계에 대한 맥락을 구분하지 않은 일괄 노출로 기존 고객의 거부감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3번의 경우, 친구가 적거나 친구의 업데이트 빈도가 많지 않은 경우 계속해서 같은 콘텐츠를 소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첫 탭 진입시마다 프로필 업데이트 내역이 랜덤으로 보이게 해 두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며칠 사이 똑같은 내용의 변경 사항을 지속적으로 보고 있어 이게 과연 '황금땅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아마 내부에서 모니터링하고 있겠지만 인당 동일한 콘텐츠를 보는 사용자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이같이 동일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볼 경우 고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등에 대해서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개편 전 '첫 번째 탭은 전화번호 목록을 보여주는 것 외에 활용도가 없다'고 생각해서 개편했다면, 개편 후에는 '해당 지면이 기존 지면 대비 고객에게 유의미한 가치를 주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편 직후 새로운 변화가 적용된 친구탭이 신기하고 새로워서 고객의 탐색시간이 일시적으로 늘었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개편 전과 체류시간에 큰 차이가 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광고 지면이 늘었으니 광고를 통한 매출 증가는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2. 채팅탭

채팅탭이 복잡해지기 시작한 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채널을 추가하고, 여러 사이트에서 카카오를 통한 간편 회원가입을 하며 [전체 동의하기]를 선택하여 채널이 자연스럽게 추가되면서부터였다.


어느 날은 친구가 보낸 메시지는 하나도 없고, 채널톡을 통한 광고성, 정보성 메시지만 수두룩하게 받은 적도 있었다. 점점 이러한 현상이 자연스러워(?) 지자 친구와의 채팅창과 채널톡에서 보낸 채팅창이 섞여도 크게 불편하다는 생각 없이 자연스레 친구탭에서 즐겨찾기 영역을 통해 채팅창에 입장해서 새로운 메시지를 보내거나, 또는 검색을 통해 원하는 채팅창을 찾아 들어가 대화에 진입 하곤 했다.


그렇게 몇 년을 사용하다 보니, 이번 카카오톡의 채팅탭 개편이 오히려 더 불편하다고 느껴졌다.

초반에는 당연히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UX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써봐도 불편한 건 여전했다.


이유는 폴더를 만들어서 자주 사용하는 채팅창을 지정할 수는 있었지만, 디폴트 탭으로 지정하거나 디폴트탭보다 앞단으로 순서 조정이 어려워서 채팅탭을 클릭한 후, 원하는 폴더를 한번 더 눌러야 한다는 점이 불편했다. 또, 생각보다 폴더를 만들고 채팅창을 각 폴더에 배정하는 게 귀찮고 번거롭고 애매했다.


명확한 채팅창은 즐겨찾기 폴더를 만들어 분리할 수 있었지만, 시기에 따라 자주 연락할 때도 있고 가끔 연락할 때도 있는 애매한 채팅창은 폴더에 넣을지 말지 고민됐다. 이렇다 보니 괜히 번거롭고 귀찮아서 그냥 기존과 같이 전체탭 디폴트로 별도의 폴더를 만들지 않고 사용하고 있어 카카오톡이 의도했을 '복잡한 채팅창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기능'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편의성 개선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지 않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3. 지금탭

숏폼탭이 추가됐지만, 아직 Beta 느낌이 강하고 디폴트로 고정해놓지 않아서 큰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굳이 탭에 들어가서 콘텐츠를 보고 있으면 크리에이터가 한정되어 있어 콘텐츠 풀이 얕아 반복 노출과 동영상 광고의 중첩으로 피로감이 느껴졌다.


또, 추천되는 콘텐츠가 관심사 기반으로 정교하게 맞춰진다는 체감이 약했다.


어떤 로직으로 콘텐츠가 추가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 추천되는 콘텐츠는 평소 관심이 1도 없던 스포츠 카테고리였다. 심지어 좋아요를 누른 적 없는 축구 콘텐츠가 연속으로 추천되니 무슨 기준으로 노출되는지 의아했다. 추천되는 콘텐츠가 내 관심사 기반으로 추천되는 걸 기대했는데 아직 MVP 단계인지 숏폼 서비스, 추천의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픈채팅.png 출처:카카오

오픈채팅 탭의 경우 내가 속한 채팅방이 보이는데, 3개의 리스트마다 광고가 1개씩 중간에 삽입되어 노출되는데 이 부분도 고객 편의성을 생각한 UX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메시지가 있는 오픈채팅창이어도 광고로 위치가 밀리는 것이 특히 불편했다. 또 리스트에 노출되는 광고는 채팅방 카드 형태로 노출되지만, 이 브랜드가 어떤 광고를 하는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노출되는 광고의 맥락을 알기 어려웠다.


'지금 뜨고 있는 커뮤니티' 또한, 현재는 나의 관심사나 행동 맥락과 연결성이 약하다고 느껴져

매력적인 콘텐츠 영역이라고 인식하기 어려웠다.

나라면?

내부에 무수히 많은 레거시와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제약이 없다는 가정하에 자유롭게 나의 의견을 개진해 보도록 하겠다.


1. 친구탭은 개인의 사용성에 따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친구탭에 접속하면 뷰타입을 2개로 선택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고싶다.


첫 번째는 기존 전화번호부 목록과 같은 형태를 유지해서 볼 수 있고, 두 번째는 최근 N일 이내 업데이트한 친구의 소식을 볼 수 있는 뷰타입을 제공한다. 이 경우 디폴트는 기존과 같은 전화번호부 목록 형태를 유지하는 보수적인 접근을 선택할 것 같다. 이유는 15년간 한 번도 개편하지 않은 지면을 손댈 때는 완전하게 새로운 형태보다는 사용자가 적응할 수 있도록 일부만 조금씩 개편하다 익숙해졌을 때 즈음 전반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고객의 반발심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법은 최근 업데이트 한 정보를 피드형태가 아닌 별도 영역 내 정보 안내 형태로 노출해 주는 방법이다. 기존 친구목록을 유지한 채 ATF 내 '업데이트한 친구'의 업데이트 내역을 미리 보여준다.

관심 있어서 해당 영역을 클릭할 경우 별도 페이지로 랜딩시키고 그 페이지에서 피드 형태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경우 궁금한 사람들이 직접 클릭해서 별도 페이지로 넘어가는 케이스이므로 '고객이 직접 선택해서 확인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현재 적용된 방식은 '강제로, 모두가, 누군가의 업데이트를 봐야 하는것'인데, 업데이트를 보고 싶은 고객만 볼 수 있게 한다면 기존 사용성을 유지하면서도 훨씬 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별도 페이지로 제공해서 고객의 탐색 패턴이나 사용성을 보고 충분히 고도화 한 뒤, 전면으로 확대하는 선택을 하는 것도 방법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추가로 고려하면 좋았을 점은 '등록된 모든 친구의 업데이트'가 아닌 '즐겨 찾는 친구, 자주 대화한 친구, 고객이 직접 업데이트를 보겠다고 선택한 친구'의 업데이트 소식만을 보여주거나 업데이트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친구를 제외해서 '보고 싶은 업데이트'만 보게 해주는 관심사 기반의 추천이 제공되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채팅탭의 폴더는 더 생성하기 쉽게, 순서는 사용자가 온전히 설정할 수 있게

폴더 관리 기능을 줄 거라면 폴더 생성 시부터 각 폴더에 추가할 채팅방을 추천해 주는 형태가 좋을 것 같다.


AI를 활용하여 폴더 생성 시 최근 대화 빈도, 내용에 따라 어떻게 분리하는 게 좋을지 등을 미리 추천으로 보여줄 경우 추천된 영역에서 +버튼을 간단하게 눌러 폴더를 생성하기 수월할 것 같다. 대화 빈도나 내용을 통해 추천해 주는 것이 어려울 경우, 채널톡과 일반 대화를 나눠서 추천해 주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나의 경우 플친 채팅창과 일반 채팅창을 분리해서 보고 싶은 니즈가 있기 때문에 아예 '플친' 폴더를 새로 만들어서 기존에 친구 추가한 채널의 메시지만 따로 모아 볼 수 있게 관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카카오입장에서는 채널톡 메시지를 디폴트로 보여주는 것이 채널톡 유입, 광고 메시지의 효율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에 분리하지 않고 싶을 수는 있을 것 같다.)


또, 폴더 이름도 디폴트로 추천해 주어 굳이 입력하지 않아도 채팅방 선택 후 [완료] 버튼만 누르면 빠르게 폴더를 생성할 수 있는 편의성이 고려되면 좋을 것 같다. 폴더 생성 후 순서 변경의 경우 전체탭, 안 읽음 탭을 포함하여 순서 조정이 가능하도록 순서에 대한 모든 선택권은 사용자에게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전체탭이 디폴트인 경우, 폴더는 반쪽짜리 기능처럼 느껴진다. 매번 보고 싶은 디폴트 폴더는 따로 있는데

이전과 같이 플친 메시지와 개인 채팅방이 섞인 전체탭이 먼저 선택되어 있으면 원하는 폴더를 한 번 더 누르는 수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3. 지금탭은 모두가 창작자로 참여할 수 있게, 관심사 기반 채팅방이 추천될 수 있게.

숏폼탭은 일부 크리에이터 한정으로 열려있어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 소비하는 사람보다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인스타나 유튜브처럼 모두가 생산자로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되, 공개범위를 설정해서 내가 만든 숏폼을 볼 수 있는 대상을 한정 짓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사용자에게 보이는 콘텐츠가 최대한 중복되지 않도록 정책을 적용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소비하고자 하는 콘텐츠가 매번 같은 콘텐츠라고 한다면 고객의 콘텐츠 소비 욕구가 점차 줄어들어 리텐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숏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당 평균 몇 개의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측정한 후 최대한 중복되지 않되, 사용자 관심사 기반으로 콘텐츠를 추천해 주어 소비를 증가시키는 것이 좋은 방향일 것 같다.


오픈채팅의 경우, 중간에 나오는 광고의 형태가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단순히 어떤 브랜드에서 대충 어떤 광고를 하는구나 정도를 알려주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 사용자에게 큰 매력을 주지는 못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종료임박! 메디큐브 모공집중케어...'라는 채팅방 제목의 메디큐브 광고가 보인다. 해당 채팅방 제목을 통해서 나는 메디큐브에서 무슨 이벤트를 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보이는 정보라곤 메디큐브 이미지, 채팅방에 나오는 한 줄 소개 문구, 브랜드명뿐이다.


감히 예상컨데 해당 영역의 CTR이 높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나라면 배너 형태를 조금 더 고객을 후킹할 수 있는 매력적인 형태로 바꿔서 '어떤 브랜드에서, 어떤 이벤트를 하는지' 더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개선해 볼 것 같다. 어떤 형태가 적합한지 모르겠다면 다양한 배너를 여러 종류 만들어서 A, B, C Test를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다음은 오픈채팅 하단에 나오는 '지금 뜨는 커뮤니티'다.

현재는 '인기 있는, 급상승'등의 내부 로직을 짜서 단순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라면 현재 사용자가 가입한 오픈채팅의 카테고리, 과거 가입했던 오픈채팅 이력, 최근 관심사 기반으로 사용자 맞춤 오픈채팅방을 추천해 줄 것 같다. 그리고 추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고객이 직접 '추천받지 않음'을 선택해서 Not-My-Tasty라는 내부 DB에 저장해 두고 추천 로직에서 해당 DB에 있는 오픈채팅방은 제외하고 추천해 줄 것 같다.


마무리

'나라면' 시리즈의 이번 글에서는 9월 말 개편 이후 뜨거운 감자가 된 카카오 개편의 전반을 다뤄봤다.


나라면 시리즈 자체가 가볍게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며 느낀 점을 중심으로 작성하려고 한건데, 실제 사용 경험과 여러 가설, 데이터를 고민하다 보니 글의 깊이와 분량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대대적인 개편에 모든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충분히 짐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완되면 좋겠다고 느낀 부분, 개선되면 더 좋을 것 같은 지점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봤다.


'나라면 어떻게 하겠다' 파트는 내부 상황을 모르는 외부자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작성했다.

내부 레거시가 심각하게 쌓여있거나, 일정이 압박이 있었거나, 데이터를 봤을 때 지금의 방향이 최선이었을 수도 있다. 실무자들이 단순히 직책자의 탑다운에 따라 그대로 움직였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기획자라면 완성도 낮은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내놓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번 기회를 통해 카카오톡이 무엇을 바꿨고, 왜 바꿨는지를 돌아봤고,

나 또한 기획자로서 앞으로 어떤 부분에 더 집중해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장문의 글이라 다소 길었지만, 귀한 시간을 내어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다음엔 더 흥미로운 서비스와 새로운 시각으로 찾아뵙길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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