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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Oct 19. 2017

알코올 없다며!
'임산부 맥주' 무알코올맥주의 배신

홀스텐 무알콜 맥주(알콜 함유량 0.0%)

임신 28주차 예비맘 A씨는 며칠 전 온라인 쇼핑몰에서 무알코올맥주를 샀다. 생일 기념으로 그동안 너무 먹고 싶었던 '치맥(치킨+맥주)'을 남편과 즐기기 위해서였다. '맥주맛 음료'라는 광고글귀를 보고 1%의 의심도 없이 한 모금 들이켰다. 남편과 한참을 얘기를 나누며 음료를 마신 A씨는 벌겋게 달아오른 자신의 피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무알코올맥주는 톡 쏘는 탄산부터 맛, 향, 깔끔한 목 넘김까지 일반 맥주와 매우 비슷하다. 눈을 감고 마시면 더욱 구분이 쉽지 않아 임산부처럼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믿었던 무알코올맥주. 하지만 국내 유통 중인 무알코올맥주 절반에 알코올이 함유됐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무알코올맥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무알코올맥주 32종(국내 제조 2∙해외 수입 30) 중 16종에 알코올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A씨처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누구든 무알코올맥주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알코올 함유량 1% 이상 제품은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없지만, 1% 이하인 무알코올 맥주는 식품으로 분류돼 온라인을 통해 쉽게 판매할 수 있다. 판매업체들은 무알콜이라는 점을 내세워 임산부처럼 술을 마실 수 없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음료라고 권한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면 임산부 자신도 모르는 새 술을 마실 수 있다.

'소량의 알코올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술은 뇌와 척수를 포함하는 중추 신경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무알코올맥주을 자주 마신다면 음료에 포함된 소량의 알코올이 엄마의 뱃속에서 영양분을 받는 태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산부가 임신 중 음주를 함으로써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질병이 태아 알코올 증후군이다. 태아에게 신체적 기형과 정신적 장애가 나타나는 선천성 증후군이다. 임산부가 횟수는 적어도 폭음을 한다든지 적은 양이라도 지속해서 섭취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임신 3기(후기)에 음주하는 경우 태아의 폐 성숙과 면역에 영향을 미쳐 신생아 호흡기 감염 빈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외형상 정상으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아이가 성장하면서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장애, 충동조절장애, 학습 기억장애, 지능 저하, 의사소통장애 등을 유발하는 태아알코올스펙트럼장애(FASD)로 이어질 수 있다.


FASD의 인지기능 장애는 평생 지속한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정신분열증, 조울증, 인격장애 등 정신과적 문제뿐만 아니라 학교 부적응, 범법행위, 약물복용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임산부는 알코올 섭취를 철저히 금해야 한다.


물론 여성이 임신 사실을 알기 전 술을 마시는 일은 비교적 흔한 일이기 때문에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임신 기간 중에는 내 아이를 위해 금주하는 것이 필수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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