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대 프리랜서의 삶
스물아홉 겨울, 이직한 회사에서 수습기간 마무리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
앞으로 편하게 말해도 되냐고 묻는 이사에게 직장에서는 공과사를 구분하고 지킬 부분은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며 퇴사 통보를 받았다.
3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다.
그날은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약속에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집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아서 코 끝이 빨개지도록 추웠던 그날..
나는 엉엉 울다 눈물을 슥슥 닦고는 빨개진 눈을 들킬까, 울상인 얼굴이 티가 날까
얼굴이 비치는 유리창을 보며 씩 웃고는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그날 만났던 친구들은 사회에서 알게 된 친구들이었다. 친구들은 안정적인 직장에서 내년 연봉 협상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저 옆에서 고개만 끄덕이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계적인 공감만 할 뿐이었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20대 초반 만났던 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그 언니의 나이는 28살이었다.
그 말을 떠올리던 당시의 내가 29살이었으니 그보다 한 살 더 어린 나이.
딱히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후반쯤 되면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내 집/ 내 차도 소유하고, 멋진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멋진 누나이자 부모님께도 자랑스러운, 그런 "커리어 우먼"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다시 눈물이 울컥 났다.
'근데 이게 뭐야.. 이제 한 두 달 뒤면 서른인데,
커리어 우먼은 커녕 수습기간도 못 채우고 퇴사 통보라니'
나이만 든다고, 20대 후반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쩌면 그건 정말 꿈같은 일임에도,
당연히 자연스럽게 이뤄질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렸다.
그 시기를 지나고, 4년.
이제는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아직 나는 내가 그리던 멋진 커리어 우먼은 되지 못했다.
다만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성공한 멋진 커리어 우먼 이미지를 품고 있으며,
이제는 내가 그리는 그 모습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노력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