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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Mar 17. 2018

배우 아이유가 멀게 느껴지는 이유

사람은 자신의 머릿속에 한 사람은 오직 하나의 이미지로만 간직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것은 본능과 같은 것으로 자신이 구축한 개념과 이미지가 변형되는 것을 극도로 방어하려고 한다. 자신의 상식과 인지능력이 오염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들은 가수가 배우 활동을 하는 것이나 배우가 가수활동을 하는 것, 그외의 다른 직업을 하는 것에 크게 반발한다. 관심도와 인지도가 높을수록 그 반발 정도는 더 격렬해진다.

배우 활동을 하는 가수 아이유를 볼 때마다 그게 더 크게 느껴진다. 2010년 '잔소리'와2011년 '좋은 날'로 가창력을 보유한 여성솔로가수로 대중들의 머릿속에 강력하게 각인된만큼 그녀의 배우 활동에 대한 반발감도 강해진다. 강하게 끌어들이는 구심력이 커질수록 밖으로 튀어나가려는 원심력이 커지듯이 가수 아이유의 커리어가 늘어날수록 배우 아이유에 대한 차가운 시선도 고착화될 것 같다. 그것은 단순히 연기력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

가수와 배우를 성공적으로 병행하는 케이스는 내가 알기로는 이승기 정도를 들수 있겠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추정컨데 이승기가 배우나 가수가 아닌 개인 이승기로 대중에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가수와 화려한 스펙으로 인지도를 높이긴 했지만 이승기가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는 1박2일과 강심장을 위시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개인 이승기이다. 가수, 배우, mc등의 job이 아닌 개인으로 각인된 이미지는 그가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대중이 딱히 큰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연기도 노래도 개인 이승기라는 개념안에서 움직이는 활동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배우로도 가수로도 역대급의 성공을 거두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이승기가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하더라도 그 캐릭터와 노래는 이승기의 이미지 안에만 머무를 뿐 그 외의 누군가로 보이지 않을테니 말이다.)

가수와 배우를 성공적으로 병행한 경우는 거의 없으나 훌륭히 전업에 성공한 경우는 좀 있다. 베이비복스 출신의 윤은혜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그녀의 데뷔작인 <궁>보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 그 공신인데 이는 윤은혜 개인의 연기력으로 극복한 것이 아닌 참신한 원작, 남장 여주인공으로서의 높은 싱크로율, 공유 등 타 배우들과의 케미와 그들의 호연 등의 외부 요건이 작용한 결과다. 비록 결과론적으로 그 이후 성공작을 배출하진 못하고 있지만 덕분에 윤은혜는 배우라는 직업으로 대중에게는 확실히 안착할 수 있었다.

허나 아이유는 윤은혜와 달리 가수라는 역할을 버릴 생각이 없고 웬만한 컨텐츠는 다 나온 지금 세상에서 대중들의 기존인식을 뒤엎을만한 인생캐릭터를 만나기도 힘든 상황이다. 또, 이승기처럼 대중적 인지도가 개인 이지은으로 각인된 것도 아니다. 그 상황에서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려고 하니 숨은 대중들의 반발은 늘 직면하게 된다. 이것은 대중들이 억하심정을 갖고 그녀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구축한 고정관념이 왜곡되는 것에 대한 인간이라는 종의 보호작용이자 본능적 반발이다.

아이유 본인이 자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잡아가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행보를 볼 때는 연기와 노래 모두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녀의 역량을 깔보거나 잘 안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양쪽 모두를 성공적으로 병행하며 유지한 경우가 드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역사상 통계를 이겨낸 케이스는 매우 드물다.

비단 아이유 뿐 아니라 배우 구혜선의 영화, 미술, 작가로서의 행보, 피겨선수 김연아의 광고 등에서 활동하는 부분, 가수 문희준의 락커로의 전향 등도 대중들의 고정관념 왜곡에 대한 반발작용에 해당한다. 본능을 이길 수 있는 개인은 없기에 가수 아이유가 배우 이지은으로 온전히 자리잡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어쩌면 그녀가 내가 알고있는 얄팍한 통계값을 극복한 예외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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