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첫눈 아래서 배웅을 하며

by 남궁인숙

첫눈이 내린 날,

우리는 한 사람의 지난 시간을 조용히

배웅했다.

눈송이는 크고 무거웠고,

마치 하늘이 대신 말해주는 듯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괜찮습니다.”


송별회 자리는 눈 얘기만큼이나

소박하고 따뜻했다.

퇴직하는 원장님은 억울함을 오랫동안

삼켜야 했던 분이었다.

'아동학대 혐의'라는 말 한 줄이

얼마나 무겁고 차가운 돌처럼 마음을

짓눌렀을지,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였고,

그래서 더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는

날이었다.

조심스러워 안부조차 묻기 어려웠다.

그런데 정작 원장님은

“난 괜찮아요.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며 연신 고마움을 내비치셨다.

늦은 시간까지 자신을 기다려준 원장님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그 말에는 울컥 솟구치는 복잡한 감정들이

조금씩 가라앉은 흔적이 담겨 있었다.


3개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너무 짧은 시간.

그 시간 동안 마음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우리는 다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오랜 숨을 내쉰 뒤에야 찾아오는 표정이었다.


카페 문을 나서자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하얀 세상이 조용히 쌓이는 사이,

우리의 발걸음은 서로에게 닿았던 마음의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남궁인숙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아이들의 눈빛에서 질문을 읽고, 그들의 침묵에서 마음의 언어를 듣고, 어린이집 현장에서의 시간과 심리학의 통찰로, 아이들의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여행을 통해 예술을 해석합니다.

32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5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9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