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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Oct 04. 2020

북독의 겨울 추위를 이기는 요리 올덴부르거 핑켈

독일 동서남북 10대 요리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독일에는 소시지의 종류가 무한대인 것으로 보일 정도로 많다. 이번에 소개할 요리의 재료인 핑켈(Pinkel)도 일종의 곡물이 들어간 그뤼츠부어스트(Grützwurst)이다. 보리 가루와 고기가 들어간 이 소시지를 케일(Grünkohl)과 함께 요리하여 특히 북독 지방에서 겨울에 즐겨 먹는다. 사실 독일어 동사로 핑켈른(pinkeln)은 ‘오줌을 싸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이 소시지의 명칭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북부 독일의 사투리로 핑켈은 굵고 짧은 덩어리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소시지의 모양이 그러하여 붙인 이름이다. 또한 소의 직장을 부르는 사투리로 핑커(Pinker)가 있는데 이를 북독 지방에서 소시지 케이싱으로 주로 사용해왔기에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도 보인다.


핑켈은 삼겹살에 소기름, 돼지기름, 그리고 보리나 귀리 가루에 양파와 조미료를 섞어 만든 것으로 매우 기름진 소시지이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하여 지방과 단백질 탄수화물을 골고루 섭취하기 위한 독일인들의 지혜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기름이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살코기를 상대적으로 많이 넣은 올덴부르거 핑켈(Oldenbrger Pinkel)을 먹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 소시지는 전통적으로 소의 직장만이 아니라 돼지의 소장으로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요즘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소시지 케이싱을 더 많이 사용하는 추세이다. 소시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훈연을 하는데 독일에서 매우 흔한 너도밤나무를 사용한다. 너도밤나무는 한국에서 마로니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케일과 함께 먹는 소시지와 햄


참고로 독일어로 밤은 마로네(Marone)와 카스타니에(Kastanie)가 있다. 그런데 이 두 단어가 혼용되어 사용되지만 흔히 알고 있는 마로니에 나무에 열리는 밤을 마로네로 부르지만 정확히는 로쓰카스타니에(Rosskastanie)의 명칭을 지닌 먹지 못하는 밤이다. 먹는 밤은 에쓰카스타니에(Esskastanie)로 부른다. 내가 처음 독일에 갔을 때가 9월 말이었다. 그런데 시내 공원에 가보니 밤들이 널려있었다. 그런데도 독일 사람들 누구도 그것을 가져가지 않았다. 그래서 “역시 독일인들의 시민 의식이 높구나. 한국 같았으면 남아나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먹을 수 없는 밤이었다. 그러니 혹시 독일에 가거든 마로네가 아니라 에쓰카스타니에 또는 카스타니에를 먹어야 한다. 마로네를 먹으면 심각한 소화 장애로 고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요리 이야기로 돌아가자. 핑켈에는 독일어로 그륀콜, 곧 푸른배추라고 부르는 케일을 곁들여 먹는 것이 전통이다. 처음에는 이것이 겨울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을 함께 먹으려는 지혜에서 나온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케일이 E이 지역에서 겨울에도 잘 자라는 채소이기에 사용한 것이었다. 지역에 있는 흔한 재료를 활용한 것일 뿐이다. 핑켈은 소시지는 북독에서 독특하게 발달한 것이기는 하지만 오늘날에는 독일 전역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되었다. 사실 매우 기름진 음식이기에 흔히 맥주와 곁들여 먹는다. 그리고 기름진 음식을 먹은 배를 달래기 위하여 디저트로는 달콤한 과일 푸딩의 일종인 로테 그뤼체(Rote Grütze)를 먹는다. 겨울에 이 정도 먹으면 추위를 막아줄 지방층이 안 생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핑켈이 너무 기름지기에 이 소시지를 단독으로 먹기보다는 일반적으로는 다른 소시지와 다진 케일을 함께 먹는다. 여기에 당연히 구운 감자와 베이컨을 곁들이기도 한다.


올덴부르크 시내의 구시청 건물


이 요리는 항구도시인 브레멘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유명한 것은 역시 올덴부르크 핑켈(Oldenburger Pinkel)이다. 올덴부르크는 브레멘 근처에 있는 인구 17만 명의 도시로 인구 57만 명의 브레멘에 비해서는 작지만 나름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17세기까지만 해도 정말 잘 나가던 도시였으나 1667년 흑사병이 창궐하고 도시가 불타는 바람에 몰락에 가까운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이 도시를 통치하던 덴마크 왕의 무관심으로 버려지다시피 하다가 100여 년이 지난 1773년 덴마크의 통치에서 벗어나면서 비로소 재건이 시작되었다. 명색은 대학도시이기는 하지만 1793년에 지어진 올덴부르크대학교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다가 2012년 겨울 학기부터 설립된 의대로 어느 정도 체면치레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그로닝엔대학교와 학점 공유 프로그램을 통하여 여기에서 취득한 의사 자격증으로 유럽연합 국가에서 의사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올덴부르크 도시 자체는 독일의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자영업이 주를 이루고 관광 산업과 쇼핑 산업이 발달해 있다. 그래서 요식업도 비교적 발달된 도시로 알려져 있다.


올덴부르크 시내 전경 © Ra Boe 


다시 오늘의 요리로 돌아가자. 케일이 건강에 매우 좋은 채소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 막상 한국에서 요리해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이를 즐겨 요리해 먹는다. 특히 서리가 내려서 잎사귀가 얼고 난 다음에 수확한 케일이 더 맛있다. 낮은 온도에서 더 숙성하게 되면 식물이 포도당 성분을 덜 사용하게 되어 단 맛이 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리 수확한 케일도 낮은 온도에서 장기 보관하게 되면 단맛이 증가한다. 잘 알려진 대로 케일에는 베타카로틴이 100g당 8.68mg 들어 있는 데 이는 지구 상의 모든 채소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또한 비타민C도 100g당 150mg이 들어 있어서 이 또한 거의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맛이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기에 조미료와 함께 오래 삶아서 마치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처럼 먹는다. 그리고 케일은 북부 독일만이 아니라 미국 남부의 여러 주에서도 즐겨 요리해 먹는 재료이다.


독일에서 살 때 혼자 요리하는 과정에서 느낀 것은 독일 요리들이 생각보다 만들기가 수월하며 영양도 비교적 좋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적어도 생필품, 특히 식비에 들어가는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정부 차원의 조치의 결과였다. 한국 음식은 만드는 과정도 복잡하고 같은 조리법으로 만들어 보아도 맛을 보장하기가 어렵다. 이유가 무엇인가 살펴보니 한국 요리에는 자연 재료가 많이 사용되고,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고, 조리 과정에 훈련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요리하는 사람의 감각이 절대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독일 요리는 일단 가게에서 살 때 이미 1차 가공되어 간편하게 조리해 먹으면 되는 것이 많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도 그런 제품들이 많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대로 된’ 한식 요리는 아직도 손이 많이 가고 깊은 정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크고 작은 그릇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쉽사리 요리를 해볼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그에 비해 독일 요리는 확실히 간편하고 설거지도 큰 부담이 없다.  


그륀콜을 곁들인 핑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가게에서 소시지와 채소를 사서 후추와 소금 버터와 치즈를 조미료 삼아 만들다 보면 먹을 만한 음식이 된다. 그래도 간단히 조리법을 적어본다.


 감자, 햄, 케일을 곁들인 올덴부르거 핑켈


소시지는 핑켈이 주가 되지만 자신의 취향에 따라 한두 종류의 소시지를 추가해도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브라트부어스트(Bratwurst)를 좋아하지만 이 경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대부분은 햄이나 삼겹살을 곁들여 먹는 것이 어울린다. 여기에 감자 두 개를 각각 네 토막으로 잘라 버터에 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그러나 삶은 감자를 곁들여도 된다. 본격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케일을 조리하는 것이다. 일단 양파 1개를 잘게 썰어 냄비에 돼지기름과 함께 넣어 볶다가 잘게 썬 케일과 더불어 가게에서 파는 채소를 간 것을 함께 넣어 한 30분 정도 삶는다. 내용물이 약간 된 죽처럼 되면 불을 끄고 식혀둔다. 접시에 이 채소 죽을 먼저 깔고 그 위에 핑켈과 햄을 얹고 구운 감자를 곁들여 먹으면 된다. 앞에서 말한 대로 오리지널 핑켈은 기름이 많이 들어가 부담이 될 수 있으니 브레멘 핑켈을 이용하고 맥주를 곁들이면 무난한 것이다. bon appe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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