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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금한 민지 Feb 12. 2018

‘워라밸’은 시공간의 분절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필요한 건 선긋기

‘워라밸’이 안 된다면 누군가가 무능한 것이다

‘워라밸’이 남 얘기처럼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나를 비롯해 회사가 무능하진 않은지 의심해봐야 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잡기 어렵다는 것은 직원 개개인이 감당하지 못하는 과도한 업무량을, 근무시간의 낮은 집중도를, 불필요한 회의를 반증한다. 한 마디로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워라밸’이 지켜지지 않는 회사란 상습적으로 약속을 어기는 친구 같은 것이다. 직원의 태만함, 업무 이해가 부족한 상급자,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대표 모두가 ‘워라밸’을 방해하는  요소다. 인력이 부적절하게 배치돼도 문제다. 이런 작은 블록들이 비뚤게 쌓이기 시작하면, 일과 삶이 젠가처럼 무너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감이다

‘워라밸’은 시공간에 한계를 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끝없이 늘어지는 회의를 떠올려보자. 책상에서 가능과 불가능을 따지며 결론을 내려는 대표와 직원들의 씨름을 말이다. 회사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낮에는 집안 대소사를 돌보는 부장님도 친밀한 적이다. 그의 행동은 부하 직원들을 30분간 담배를 피도록 하고, 쇼핑몰을 뒤적이게 만든다.

‘오늘, OO 보고서를, X시까지 마무리한다’ 처럼 구체적인 마감은 꼭 필요하다. 마감이 시간을 조직화하는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에 공문을 발송할 때도 마찬가지다. 화요일 오후 2시까지 피드백을 주문하는 A씨와 막연하게 메일 부탁드린다고 보내는 B씨. 제때 회신을 받을 확률이 높은 쪽은 자명하다.




해야 할 것과 가능한 것, 잘하는 것

열 명의 사람이 외딴 섬의 숲에서 길을 헤맨다. 목적은 섬을 탈출하는 것이다. 가진 것은 자전거 한 대다. 도보로 1시간 떨어진 서쪽에는 마을이 있고, 20분간 북쪽으로 걸어가면 해변이 나온다. 남쪽으로 30분을 전진하면 샘이 기다린다. 셋은 물을 길어오고, 넷은 해변에서 뗏목을 만들기로 했다. 나머지는 마을에 식량을 요청하기로 했다. 자전거는 누가 사용할지 논의 중이다.

우리들은 이야기의 ‘섬 탈출’처럼 회사에서 특정한 목표를 공유한다. ‘자전거’는 한정된 인프라를 말한다. 누군가는 달리기를 잘하고, 누군가는 대화에 능하다. 직원들은 저마다 가진 능력으로 발휘할 수 있다. 일을 제때 마치려면 알맞은 업무를 할당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효과와 비용을 가늠해야 한다. 명확한 목표와 팀원 간의 역량 파악은 업무의 효율을 높인다.


‘워라밸’의 제1원칙은 칼퇴근이며, 효율성은 칼퇴근의 핵심이다. 월 150만원을 받는 말단사원이 퇴근 후에도 자리에 남아 업무를 도맡고, 월 400만원을 받는 부장님이 근무 중 스포츠 중계를 보는 상황은 불필요한 비용을 낳는다. 역량을 읽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근로자의 업무 효율을 높이려면 사용자가 간파해야 하는 부분이다.




부장님, 단련할 준비 되셨습니까?

잊지 말자. 워라밸은 시공간을 분리, 아니 분절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또한 직원들의 능력을 파악하고, 한계를 알아야 가능하다. 일종의 선 긋기다. 우리는 업무와 삶의 시공간을 뒤섞지 않도록 단련하는 한편, 각자 짊어질 수 있는 왕관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

초등학생 시절 그렸던 방학 생활계획표를 기억해보자. 종이 위에 큰 원을 그린 뒤 업무시간을 선으로 긋고, 직장에서 할 일을 써 내려간다. 빨간 색연필로 업무시간을 칠한 뒤, 가위로 빨간 영역을 잘라내자. 꼼꼼하게 칠한 붉은 색이 일할 시간이다. 나머지는 오롯이 당신의 시간이다. 부디 서로 침범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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