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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집 농담

나무 심을 생각

기다림의 형평성 - 당신을 기다리며 그에 걸맞은 불을 지피고자 한다.

by 차렷 경래

나무 심을 생각

김경래


당신을 기다리다 나무를 심었다

사랑은 나의 하루하루를

커가는 무언가에 덧대는 일이니

피거나 자랄 때엔 늘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다림의 끝엔 꼭

허무를 노래하는 습관이 있었다

편도 열차에 겨우 몸을 싣고

내릴 역에 일찌감치 정박 중인

어떤 기다림의 조급증 때문이다

관계는 헐거워지고

과도한 부대낌 끝에

나사선이 닳는다는 공식에

덧대인 제스처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을 기다리는 나무를 심는다

혹시나 가을로 빠져나가는 길목에서

나른한 어깨를 도닥이며

분꽃 향기 퍼질지 어찌 알겠는가

반나절 햇살에 기울며

편백나무 터에 자리를 틀고

당신이 마냥 그리워도 좋을

그런 나무 하나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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