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광주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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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구에게나 마음 안에 성이 있다.
사람들은 무엇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느 한 곳에 성을 쌓기 시작한다.
자기 만의 성을 쌓는 것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성에 저마다의 문이 생기는 일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성의 문은
마음을 오고 가는
사람들과 생각에 의해
만들어진다.
성 안에 들어오기 위해
하나의 문이 되기 위해
많은 사람과 많은 생각들이 노크를 한다.
똑똑.
첫 번째 문은 만든 사람이다.
이 사랑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는 듯 하다.
주는 이가 공평하지 않기보다는
받는 이가 공평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똑똑.
두 번째 문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쉽게
누군가에게는 여러번의 만남과 시험끝에야
비로소 들어갈 수 있다.
때로 누군가는 자신이 어떤이의 성 안에
들어와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는
관계 속에 가장 어렵고도 쉬운 문이다.
똑똑.
세 번째 문은
그렇다.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들이
많이 쓰여지는 문이다.
똑똑.
네 번째 문은
누군가에게는
신념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가치관이 된다.
책으로, 글로
종교로, 사회적 가치로
주로 덩쿨에 작은 쪽문 같은 모습으로
어느 한 켠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모든 성에는
네 개의 문이 생긴다.
늘 두드리는 생각이 있지만
이를 알아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자기의 성문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 좋게
한 두 개의 문을
확신하고 있을 뿐이다.
보이지 않는다 해서 성과 문이 없는 건 아니다.
보이지 않기에
그것을 발견하는 과정이 더 신비롭고 소중할 수 있다.
#2
지난 500년간 광주의 우리를 지켰던 성과 성문이 있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만약
아주 오래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낸
이 보이지 않는 성을 찾아온다면
오랫동안 성문을 드나들던 사람들의 걸음을 따라
우리는 각자 자기의 성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성벽의 흔적에서
자기 성벽의 그림자를 만나볼 수 있을지도
어쩌면 하나의 문터 앞에서
자기 성문 하나를 알아챌 수 있을지도.
비록 성은 이제 보이지 않아도
성을 향해 걷던
성을 드나들던
사람들의 걸음이 길이 되었으니까.
그 길 어딘가에 성문이 있었을 테니까.
그 길을 걷다보면
자기만의 성과 문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다음의 걸음을 망설이는 사람들
삶의 방향이 궁금한 사람들
함께 보이지 않는 성을 따라 걸어보자.
걸음으로 만나는 결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보자.
#3
광주 읍성은 500년 전 광주의 고지도에서 발견된 작고 네모난 성입니다.
현재 우리가 광주의 시내라고 부르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읍성을 따라 지금의 광주 시내가 조성되었고
여전히 그 길을 따라 많은 세대의 사람들이
시대 이야기와 자기 추억을 가지고 왕래하는 곳입니다.
광주의 역사적 아픔을 여전히 품고 있으면서
새롭고 도전적인 문화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공간.
전혀 다른 두 가지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500년 넘게 켜켜이 쌓여져 온 광주 사람들의 삶의 힘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공사하며 읍성의 유허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으로
읍성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제가 느꼈던 알 수 없는 반가움과 안도감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
종종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나의 삶이 점점 확장되기를
이 공간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광주 사람들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이길 기도했습니다.
미미한 존재이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광주의 이야기들이
이 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있게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