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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작가 박신 Apr 22. 2019

[문화재글쓰기] 보이지 않는 성

#1. 광주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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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구에게나 마음 안에 성이 있다. 


사람들은 무엇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느 한 곳에 성을 쌓기 시작한다. 


자기 만의 성을 쌓는 것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성에 저마다의 문이 생기는 일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성의 문은 

마음을 오고 가는 

사람들과 생각에 의해

만들어진다. 


성 안에 들어오기 위해

하나의 문이 되기 위해 

많은 사람과 많은 생각들이 노크를 한다. 


똑똑. 


첫 번째 문은 만든 사람이다. 


이 사랑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는 듯 하다. 


주는 이가 공평하지 않기보다는

받는 이가 공평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똑똑.



두 번째 문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쉽게

누군가에게는 여러번의 만남과 시험끝에야

비로소 들어갈 수 있다.


때로 누군가는 자신이 어떤이의 성 안에 

들어와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는 

관계 속에 가장 어렵고도 쉬운 문이다. 



똑똑.



세 번째 문은 


그렇다.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들이

많이 쓰여지는 문이다. 





똑똑.


네 번째 문은 


누군가에게는 

신념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가치관이 된다. 


책으로, 글로

종교로, 사회적 가치로 


주로 덩쿨에 작은 쪽문 같은 모습으로

어느 한 켠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모든 성에는 

네 개의 문이 생긴다. 

늘 두드리는 생각이 있지만

이를 알아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자기의 성문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 좋게 

한 두 개의 문을 

확신하고 있을 뿐이다. 




보이지 않는다 해서 성과 문이 없는 건 아니다. 

보이지 않기에 

그것을 발견하는 과정이 더 신비롭고 소중할 수 있다. 




#2

지난 500년간 광주의 우리를 지켰던 성과 성문이 있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만약 

아주 오래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낸

이 보이지 않는 성을 찾아온다면 

오랫동안 성문을 드나들던 사람들의 걸음을 따라 

우리는 각자 자기의 성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성벽의 흔적에서 

자기 성벽의 그림자를 만나볼 수 있을지도

어쩌면 하나의 문터 앞에서 

자기 성문 하나를 알아챌 수 있을지도. 

비록 성은 이제 보이지 않아도 

성을 향해 걷던

성을 드나들던

사람들의 걸음이 길이 되었으니까. 


그 길 어딘가에 성문이 있었을 테니까. 

그 길을 걷다보면 

자기만의 성과 문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다음의 걸음을 망설이는 사람들

삶의 방향이 궁금한 사람들

함께 보이지 않는 성을 따라 걸어보자. 

걸음으로 만나는 결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보자.



#3

광주 읍성은 500년 전 광주의 고지도에서 발견된 작고 네모난 성입니다. 

현재 우리가 광주의 시내라고 부르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읍성을 따라 지금의 광주 시내가 조성되었고 

여전히 그 길을 따라 많은 세대의 사람들이 

시대 이야기와 자기 추억을 가지고 왕래하는 곳입니다. 

광주의 역사적 아픔을 여전히 품고 있으면서 

새롭고 도전적인 문화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공간. 

전혀 다른 두 가지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500년 넘게 켜켜이 쌓여져 온 광주 사람들의 삶의 힘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공사하며 읍성의 유허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으로

읍성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제가 느꼈던 알 수 없는 반가움과 안도감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 

종종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나의 삶이 점점 확장되기를

이 공간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광주 사람들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이길 기도했습니다. 

미미한 존재이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광주의 이야기들이

이 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있게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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