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린 Aug 16. 2024

아이의 유치원 생활

엄마의 불안이 문제일까? 환경을 바꾸는 게 맞는 걸까? (유치원변경 고민

이 동네에 이사 온 뒤 거의 반년이 지났다. 아이는 유치원에 입학하였고 우리 가족은 새로운 곳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적응을 시작했다. 

하지만 유치원 생활 한 달이 채 되지 않아서 담임과 전화 통화가 시작되었고 부원장과도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때 유치원을 바꿨어야 했나 지금 후회 중이다. 


사건은 이렇다. 

내가 이사한 아파트는 모두들 첫 입주다. 그러니까 모두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온 사람들이다. 이곳에 터를 잡고 오래 살 생각인. 그러니 어느 정도의 시간은 아무도 이 아파트에서 이사를 하지 않을 거란 사실이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같은 아파트 아이들이 있다. 같은 반 아이들도 있다. 많진 않지만 '들'이라고 붙일 숫자이다. 그중 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에서 익히 들어본 사연이다.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가 있고 그 아이에게는 문제행동을 유발하거나 제대로 훈육하지 못하는 엄마가 있다란 사연. 

이전 동네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다닐 때 보지 못한 유형이었다. 그 아이가 한 행동을 일일이 적을 수 없지만 예를 들자면 

새치기와 밀치기는 너무 자연스럽다. 물 마시듯 한다고 해야 할까. 그 모습을 아이 엄마는 보지 못한다. 아이 엄마만 보지 못한다. 다른 엄마들과 내 눈에는 다 보인다. 

그리고 내 아이가 다른 아이 손을 잡고 있는데 갑자기 와서 그 손을 잡아뗀다. 그러곤 다른 아이 손을 강제로 잡는다. 그 아이가 손을 빼도 잡는다. 

내 아이가 말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만 말하라며 손으로 입을 막는다. 

내 아이가 "엄마 나 00이 옆에 앉고 싶다"라고 하면 갑자기 나타나서 00이 옆에 앉는다. 

이건 내 아이에게 한 행동의 일부이고 다른 아이들에게 한 행동은 새치기 밀치기 기본에 뒤통수를 웃으며 때린다든지 다른 아이가 비눗방울 총을 가져왔는데 자기가 비눗방울액을 다 쓸 때까지 놀고 주지 않는다. 내 물건도 내 거 다른 사람 것도 내 것의 자연스러움이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건 그 모든 상황을 그 아이의 엄마는 반의 반도 보지 못한다. 그리고 상황을 목도해도 제지하지 않는 경우와 버럭 하며 소리를 지르는 경우 단 두 가지였다. 훈육을 한다기보다는 엄청나게 소리를 질러대서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한다. 

금쪽이였다. 금쪽이와 금쪽이의 엄마를 본 것이다. 3월에. 


그게 벌써 반년이 지났다. 

반년동안 사건은 계속 있었다. 그 아이가 내 아이에게 거친행동을 하여 담임과 통화를 했고 돌아온 답은 그 엄마는 심각하게 생각 안 하는듯한 모습이라는 것. 아파트 다른 엄마들도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나 역시도 개선의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본인의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내 아이가 피해를 받는 것 같으면 난리가 났다.  난 경악했다. 역지사지가 안 되는 사람이었구나 그 엄마는.......

하지만 우린 한 아파트에 살아야 하고 같은 유치원에 다녀야 했다. 완전하게 피할 수 없었다. (반을 바꿔달라 요청했지만 안된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 여긴 듯하다. 유치원의 입장과 나의 입장은 다른듯했다.) 그래서 직접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결과는 잘 못 알아듣는 듯했다. 이후에 변화가 있긴 했지만 여전히 불편감이 있었다.  놀이터에서 함께 놀 때 모두 긴장상태였다. 무슨 일이 자신의 자녀에게 생길지 모르니 예의주시했다. 그리고 언제 그 엄마가 소리를 지를지 몰랐다. 그렇다고 놀이터를 안 갈 수도 없었다.(우리 집에 놀이터가 몇 개나 있다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그 아이 때문에 놀이터에서 못 놀게 할 수도 없잖나....... 그래도 간간이 피해 다녔다. 정말 견디기 힘들 만큼 불편했고 불안했다.) 이렇게 텍스트로 적으면 불편감이 체감이 별로 안될 수 있으나 나와 다른 엄마들은 내 아파트에서 맘 편하게 놀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고 등하원버스가 집 앞까지 오는데 마주치는 것의 껄끄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모녀에 대한 피로감이 극도로 쌓인 최근, 또 하나의 사건이 생겼다. 방학 동안 만나지 않았고 적절하게 피해 다녀서 몇 달 동아 큰 사건은 내 아이에게 없었지만 들리는 이야기와 다른 아이에게 하는 행동들을 꾸준히 봐왔기 때문에 경계심이 더 높아져있었는데 내 아이에게 폭력을 사용했다고 했다. CCTV확인결과 해프닝으로 끝났고 둘이 놀다 그런 것으로 보였지만 만약 다른 아이였다면 그냥 아이들끼리 그랬나 보다 하고 넘어갈 사건이었는데 화가 치밀었다. 유치원의 태도도 맘에 들지 않았다. 그 아이 엄마가 껄끄럽다는 이유로 더 연락을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나의 오해일 수 있다) 당시에는 예민함이 극에 달해 담임에게 유치원에서 사건이 생기면 나쁜 행동을 한 아이 엄마에게 연락을 매번 해주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 엄마는 문제 삼지 않냐 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과한 반응을 했다고 반성한다. 결론은 10번 문제가 생기면 10번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는 거고 다른 아이 엄마들이 문제 삼지는 않았다고 했다. 같은 아파트 엄마들은 직접적인 폭력 사태가 유치원엔서 이루어지진 않았고 다른 반이기 때문에 연락할 일이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여러 이유와 상황으로 예민한 학부모가 되어버렸다. 


반이 바뀌려면 내년이 되어야 하고 그래도 여전히 같은 등하원버스를 타고 같은 놀이터를 가야 한다. 심지어 유치원에서 그 아이와 잘 놀기도 한다고 했다. 내 아이는 그 아이를 친구라고 여기고 있다. 엄마인 나는 그게 너무 힘들어서 아예 만나지 않도록(어차피 초등학생이 되면 보겠지만) 최대한 떨어지도록 유치원을 지금이라고 바꿀까 고민이 된다. 하지만 아이는 지금 유치원에서 잘 지내고 있고 담인선생님도 아이가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 아이라는 문제가 크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더 잘 놀이를 한다면 사실 유치원을 바꿀 고민은 크게 하지 않을 것 같다. 근데 그 아이와 놀이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담임 선생님은 본인이 잘 지켜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지켜보겠다고 나를 안심시키고 있는데 엄마의 불안이 문제인지 지금 상황이 정말 문제가 있는 건지 이젠 나도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My hom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