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만을 위한 쇼팽의 예술적 스타일과 철학
쇼팽은 음악으로 뿐만 아니라, 연상의 유부녀이자 소설가인 조르주 상드와의 교제와 동거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쇼팽의 곡을 들어보면 그의 곡은 참으로 섬세하고 세련돼서 아마도 상드가 더 적극적으로 모성애적 포용력을 발휘해 쇼팽을 감싼 게 아니었을까 추측하게 된다.
조르주 상드 외에도 쇼팽에게는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이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대략 2가지 정도가 있는 것 같다. 우선 그는 다른 악기나 오케스트라와 협주하는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곡을 '피아노의, 피아노에 의한, 피아노만을 위해서' 썼다. 또 다른 이유는 그가 녹턴(야상곡) 같은 조용한 곡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인 것 같다. 쇼팽은 살롱 음악과 연관되어 인식되어 왔으며 아직도 그런 선입견은 강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쇼팽의 다양한 피아노곡들은 야상곡이나 마주르카(민속 춤곡) 같은 감상적이거나 소박한 소품에 국한되지 않고 (물론 감상성 sentimentality은 낭만적 서정성과 함께 쇼팽의 가장 특징적인 정서이긴 하지만 말이다), 베토벤 같은 강렬하고 극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쇼팽이 자신의 조국 폴란드가 러시아에 대항해 봉기했다가 실패했을 때 작곡했다는(그런데 이것도 카더라 통신이라는 말이 있다) 연습곡 '혁명'을 들어보면 놀라울 정도로 격정적인 분노와 울분이 느껴지며, 장송 행진곡에서는 죽음으로 말미암은 비탄을 노래하는데 그 속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아름다운 천상의 화음을 들을 수 있다. 꽃처럼 피어난다는 점에서 쇼팽의 환상곡 작품 49번도 환희가 불꽃처럼 터지는 부분이 있다.
쇼팽의 4개의 스케르쪼 역시 강렬하고 극적인 대조와 화려한 기교로 청중들을 사로잡는데, 뭐 하나 빠뜨릴 것 없는 이 스케르쪼들은 쇼팽이 단순히 서정적인 피아노의 시인이 아니라 기교와 구성에 있어서도 피아니즘(피아노에 관한 예술적 스타일이나 철학)의 정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영웅 폴로네이즈 역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곡인데 조성진이 치는 영웅 폴로네이즈는 손가락 끝에서 모든 음들이 하나하나 다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난다.
조성진의 영웅 폴로네이즈 링크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d3IKMiv8AH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