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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라도 먹여 보내야지

- 모의고사 감독할 때 졸업생을 만나면

by 글쓰는 민수샘

2026 수능 9월 모의고사

감독을 하러 교실에 들어가니

이번에도 졸업생 몇 명이 한쪽에 한 줄로 앉아 있다


이름이 바로 떠오르는 아이

작년에 가르쳤나, 재작년인가 헷갈리는 아이

실로 몇 년 만에 보는, 왠지 존댓말을 해야 할 것 같은 분까지
한 학교에 오래 있다 보니 거의 다 낯이 익는다

명색이 감독관이라 아는 체는 못 하고

엄숙, 근엄, 진지하게 답안지와 문제지를 나눠줬다


중간에 다른 선생님과 교대하고 나오며

학교 앞 편의점에서 점심을 때우는 졸업한 아이들에게

급식을 조금 더 해서 밥이라도 먹여 보냈으면

하는 망령된 생각을 한다


교무실에 앉아 졸업생이 인사하러 오면 어색해서 어떡하지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는데

급식실에 출몰하는 졸업생이 보이면 신고해 주세요

하는 메시지가 손등을 세게 꼬집는다

선생님 급식이나 먹으러 가세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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