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 창틀에 살던 아기 올리브나무
여름방학 시작하고 부모님 댁에 얹혀살더니 사춘기가 되었습니다
분갈이도 알아서 하시고
볕이 잘 드는 맨 앞에 놓고 키우셨네요
꼿꼿이 고개 세우고 '누구세요' 하는 것 같아
다시 데리고 오려다 그만두었습니다
여름방학 끝나고 학교에 간 두 아들은
부모님 댁에 데리고 오지 못했습니다
- 아이들 억지로 데리고 오지 마라
이제는 컸다고 안 따라다닌다
명절이나 생일 때 보면 되지
양손에 쥐여주신 김치와 반찬, 과일보다
부모님의 그 말이 무겁게 뼈마디를 당깁니다
손주들 크는 것을 얼마나 더 보실까요
흔들리는 아들의 마음을 아시는지
여든을 넘긴 부모님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옵니다
- 밥장사하느라 엄마, 아빠가 못 해준 게 더 많지만
너희 남매도 선생님 소리 듣는 사람으로 키웠고
손주들도 다 컸는데 올리브나무쯤이야
흔들리던 운전대를 꽉 쥐고
집에 있는 진짜 사춘기 올리브나무를 향해
씩씩하게 차를 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