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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by 글쓰는 민수샘

어디 베인 곳 없고

따가운 거스러미 하나 없는

손가락들이 욕조 속에서 하늘거린다

살아 있음의 온도를 느끼며 물어본다

나는 정말 잘 다녀온 걸까


예전 일본인들의 인사

다녀왔습니다, 속에는

오늘도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왔다는

한숨이 스며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런 마음으로 목욕물을 데우며

신에게 감사했으리라


사무라이가 없는 거리를 걷고

화산과 지진이 없는 밤을 보내지만

내 말이 누군가의 마음을 베지 않았던가

미움이 용암처럼 솟지 않았던가

몸을 헹구며 물어본다


내일 내가 만나는 모두가

무엇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이

웃으며 말할 수 있기를


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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