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신의 계절
떠나야 할 때를 아는 텃새의 마음이 이럴까
처음에 5년, 잠시 떠났다가 다시 5년을 보낸
학교를 떠나 멀리 가야 하네
근무 안 해본 교무실이 거의 없고
화장실 벽에 난 금까지 눈을 감고도 그릴 수 있는데
어떤 말을 주워 담지 못해 머리를 찧던 순간도
어떤 이의 차가운 표정에 가슴이 철렁하던 순간도 생생한데
내 손이 먼저 알고 교정의 꽃을 사진에 담고
내 눈이 먼저 알고 나무 그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보게 했네
내 벗이 어찌 알고 학교 앞 카페와 산책길로 자주 나를 데려갔고
내 마음이 어찌 알고 단풍잎을 주워 선물한 아이 앞에서 울컥했네
떠나야 할 때를 안다는 건 얼마나 축복인가
10년의 주름이 고이 접혀 미소를 건네 주네
앉을 곳을 모르는 철새처럼 날아가지만
지푸라기를 다시 모아 둥지를 틀겠네
소리도 없이 영광도 없이
가만히 가만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