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이 딸같은 며느리라구요?
결혼 전에 시부모님께 처음 인사드린 날, 상견례하던 날, 시댁 어른들께 인사드린 날, 그리고 결혼 후 처음 시댁에 방문한 날에도 시부모님이 항상 하셨던 말씀이 있다.
우리 큰며느리는 딸 같아.
둘째며느리 들이시면서, 둘째며느리앞에서, 굳이 사돈되는 가족들 앞에서도 그 말을 계속 하신 이유가 뭘까. 처음엔 '아 살가운 둘째며느리 원하시는구나. 잘해드려야지.' 했는데,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느낌이 이상하고 듣기가 불편했다.
교회에서 누가 그러더라니까~ 누구집 딸래미인가 했더니 집사님 딸래미여? 우리 큰애보구 그러더라니까~
교회에서 며느리 삼고싶은 사람 순위 조사를 했더니 글쎄 우리 큰며느리가 1위랴~
은근히 '너도 이만큼은 해야한다.'는 압박처럼 들리는 말들. 한편으론 형님에게도 '그렇게 계속 열심히해.'라고 하는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반복해서 들으니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는데, 그런 와중에 남편도 다르지 않았다.
형수가 울 어무니 초면인데도 팔짱을 끼고 그렇~게 꼭 붙어다녔데~ 윤아 너도 그렇게 할 수 있어?
아니. 내 기분이 나빴던 건 그렇다 치고,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형님이 굉장히 살갑고 애교많고 넉살좋고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몇 차례 마주쳤던 형님의 모습은 내 상상과는 달랐다.
아버님 생신 날. 작은집 어른들도 다 같이 모여 외식을 했다. 형님은 딸들 밥챙기랴 시부모님 물챙기랴 반찬챙기랴 다른 테이블에 부족한 세팅챙기랴 좀 더 보태면 싹싹한 종업원과 비슷했다. 물론 어른들 빼고는 아들들 뿐이었지만 굳이 며느리만 움직이란 법이 있나.
어머님 생신 날. 역시 작은집 어른들도 다 같이 모여 이번에는 시댁에서 상을 차려놓고 다 같이 식사를 했다. 이 날은 밥 먹을때 빼고는 형님이 자리에 앉아있는 걸 보지못했다. "이것만 할게요~ 얼른하면 되요~ 네네~" 하며 상 치우고 설겆이하고 과일내오고 포크 챙겨드리고.
이 세상의 모든 딸들을 다 합치면 얼마나 다양한 모습의 딸들이 있을까. 시부모님이 원하는 딸의 모습과 내가 되고싶은 딸의 모습이 같을 확률은?
실제 딸들은 이 삽화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텐데. 흔히 시부모님이 말하는 딸같은 며느리는 어떤 모습일까. 말 잘 듣고, 잘 챙겨드리고, 싹싹하고, 집안일 잘하는 깍듯한 며느리? 시부모님이 좋아하는 모습만 보이기위해, 불편하고 힘들어도 참는 노력을 '딸같다.'는 말로 표현하는게 맞을런지.
나는 진짜 딸같은 며느리가 되고싶다.
*사진 출처: 네이버 검색,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