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며작가 Jan 15. 2019

흰머리 할머니가 돼도

남이섬에서 우연히 마주친 중년 부부를 보고.

새하얀 남이섬 길.

조용히 둘만 있을 곳이 필요한 우리.

우리 둘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자유로운 시간을 위해 우리가 찾은 곳.


온통 눈으로 가득 덮인 남이섬은

눈이 부시게 예뻤고

하얀 남이섬 속 자작나무를 본 순간,

"아.."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옆에 있는 사람이

'그'라는 게 너무 좋았다.

나는 다시, 이번엔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계속 길을 걸었다.

예쁘고 아름다운 길,

숨을 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공기,

내가 좋아하는 그의 향기.

그리고 눈을 감으면

자연스럽게 양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다 마주친 중년의 부부.

목에는 카메라를 하나씩 걸고

똑같은 표정으로,

똑같은 몸짓으로,

그리고 나란한 발걸음으로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또 순간 '아...!' 하고

속으로 감동의 소리를 냈다.

그 순간 그가 내뱉었다. "아...!".

나는 살짝 웃음이 나왔다.


"무슨 생각해요?"

"..."

"나랑 같은 생각 하는 거 같은데.. 히히"

"응.."


그가 나랑 비슷한 성향이라는 걸 알기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나와 같은 생각.


다시, 내가 말했다.

"우리도 하자.

음.. 20년 뒤에? 아니, 10년 뒤에?"

호탕하게 웃으며 그가 말했다.

"음.. 계속해~"

"응?"

"내년에도 하고~ 내후년에도 하고~

20년, 30년 뒤에도 계속해~ 허허허"


기분이 좋았다.

내 꿈은,

나이가 들어 흰머리 할머니가 되었을 때,

내 남편 흰머리 할아버지랑 같이

재밌는 놀이를 하면서 

그렇게 즐겁게 사는 거다.


오랜 시간 동안 숙성된 사랑이라 해도

유치한 사랑타령으로 단내 풀풀 풍기면서

친구인 듯 연인인 듯 그렇게 사는 거.

마주 보고 웃으면서 행복하게 알콩달콩.


음.. 내가 말한 적이 없는데,

그가 그렇게 하자고 한다.

기분이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