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항상 떠나고 싶었다.
화려한 차림을 하고 떠들썩하게 무리를 지어 쏘다니던 여름과 달리, 가을에는 혼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햇살 바랜 바닷가에서 듣는 파도 소리도, 발갛게 단풍 빛으로 물든 가을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모두 계절을 닮아 은근하게 마음속으로 내려앉는 이 가을이 비어가는 모습이 슬펐다.
가을에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었다.
심장이 터질 듯 열정적인 청춘고백이 아닌,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작게 불러보고
수줍게 손을 잡고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랑이 하고 싶었다.
가을에는 이별을 하고 싶었다.
무성한 이파리를 드리우던 여름 나무들과 열기를 더하던 밤바람과 땀과 체취가 뒤섞여 끈적거리던 사람들의 소음과 이별을 하고 싶었다.
한가로이 호숫가를 맴돌던 철새들이 떠나간 빈자리에 가을이 내려앉는다.
미련 없이 비워버린 마음 한켠에 스산한 가을 한 조각을 띄워본다.
훌훌 떠나야 만날 수 있는 먼 곳에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오늘 나는 어느 슬픈 거리로, 도시로 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