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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Dec 05. 2018

일이 없는 프리랜서의 마인드 컨트롤

이따금 일이 없는 게 진정 프리랜서 아닐까

12월이 되었다. 용케도 11개월을 회사 없이 지냈다. 으레 프리랜서가 그렇듯 여러 일들을 하느라 정신없고 바빴다. 지금은 그 바쁨이 해소되어 아주 건강하지만, '고요해서 두려운' 소강상태가 찾아왔다. 그렇다고 일을 찾아서 하기엔 아직 불안과 고요를 즐기고 싶은 마음도 든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억력인 것 같다. 바쁠 때 내가 놓쳐왔던 것, 갈망했던 것을 하나하나 이루며 과거의 내 염원을 살살 풀어주는 것이다. 다만 너무 큰 예산이 드는 일은 할 수 없다. 지금 2달을 간신히 살 수 있는 돈 정도가 내 전부이기에, 돈이 안 드는 한도에서 즐거운 일을 찾아서 야금야금 해내고 있다. 그게 생각보다 재미있기도 하다.


그런 여러 일 중 나는 특히 일기를 쓰고 싶었다. 대개 나의 일기는 불행할 때 많이 쓰이지만 맨 정신으로 쓰는 일기가 남겨뒀을 때 더욱 좋다. 맨 정신의 나는 대체로 귀해서 그런 일기는 더욱 희소하고 영양가가 있다. 특히 미래의 불안한 내가 자문을 구하기 더없이 좋다. "그때 어떻게 극복했고, 마침내 괜찮아졌어?" 이 대답은 맨 정신의 나만이 남겨둘 수 있다. 일은 없지만 심신 건강한 프리랜서라면, 그때의 대답을 마련해둬야 한다. 그리고 그게 지금 이 글이다.





일이 없을 때의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


불안하지 않다면 정상이 아니다. 특히 나처럼 열심히 사는 게 디폴트 값인 인간이라면 스트레스가 더하다. 사실 아직 완벽한 해결법을 찾지는 못했으나 근래 시험 중이며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방법을 조심스럽게 소개해본다. 근본적으로 불안의 원인은 뒤처지거나 정체되어있다는 느낌에서 기인하는데, 자주 겪은 바에 의하면 이는 이런 식으로 발전한다.


누워있다. → 심심해서 핸드폰을 켠다. → SNS로 다른 사람의 소식을 본다. → 다들 잘 지내는구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 해야 할 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 그 일을 하기에 지금 당장의 나는 슬프고 지쳐있단 생각이 든다. →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 핸드폰을 켠다. → SNS로 다른 사람의 소식을 본다 ∞


방금 전까지도 그랬기에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뿌리를 파악하면 불안을 없애는 방법에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나는 여러 가지 해결책을 찾았다. 길게 쓸 것도 없이 아주 단순한 것들이다.







1. 일어난다.

누워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일단 침대 밖으로 나오면 뭐든 할 수 있다.





2. 그래도 일어날 수 없다면 일어나는 방법을 떠올린다.

일어나는 방법은 그냥이야, 하고 되뇌며 그냥 일어난다. 다시 눕지 않도록 이불을 개어둔다.





3. 테스토스테론을 증가시키는 자세를 취한다.

TED 강의에서 본 것인데 자신감 있는 포즈(ex. 어깨를 브이자로 펴고 승리한 사람의 포즈를 취하는 것)를 2분 정도 취하는 것만으로도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고 선택을 더 잘할 수 있고 일에 자신감을 가진다고 한다. 단순하고 값싼 이 방법으로 뇌를 속여본다. 불안했던 마음이 상당 부분 사라지니 꼭 해보길 권한다. 몸을 웅크리거나 누워있으면 테스토스테론이 떨어져서 마음이 약해지고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4. 고민이 많을 때는 수영(운동)을 한다.

나 같은 경우 수영을 도저히 놓을 수가 없다. 취업을 꺼리는 건 편히 수영을 할 수 없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수영을 하면 굳었던 몸이 아주 부들부들해지며, 낮아진 자존감이 아주 건강하게 돌아온다. 신기하게도 수영하기 전에 고민했던 어려운 문제들이 수영 후에는 아주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걱정을 가득 안고 잔 다음날 아침이 되면 수영 학원을 가는 버스에서 고민을 정리하고, 수영 후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해결방법을 선택한다. 대다수의 후회가 이때 말끔히 물과 함께 쓸려내려간다. 수영의 효과는 가히 사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러닝도 이와 비슷하니 추천한다.




5. 설거지나 청소를 제때 한다.

어지러운 방에서 평온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지만, 나는 언제나 심신과 방의 상태가 일치했기에 그것을 감히 안정이나 평온이라고 말하진 못하겠다. 나는 누구나 적당히 정돈된 환경에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별게 아닌 것 같지만 작은 청소가 모여 일상에서 작은 성공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런 것들이 쌓여 체력이 되고 자신감이 된다.






6. 나를 불안하게 했던 바로 그 일, 그 일을 한다.

반 고흐의 명언이 있다. '만약 가슴 안에서 나는 그림에 재능이 없는걸 이라는 음성이 들려오면 반드시 그림을 그려보아야 한다.' 이는 그림뿐 아니라 모든 일들에서 그렇다. 적어도 내가 덜덜 떨면서 용기 내어했던 모든 일들이 해가 된 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안 한 일들에 후회가 남곤 했다. 하면서 걱정하는 것과, 안 해서 걱정하는 것을 구분하자. 전자가 반은 더 낫다. 똑같이 후회를 한 사람이지만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차이는 크기 때문이다. 뭐, 너무 해묵은 말이고 꼰대 같지만 나는 정말 그랬다. 누워있는 나보다는 후회하면서 뭐라도 하는, 서있는 내가 항상 더 나았다.






7. 일찍 자려고 노력한다.

하루의 시계를 태양에 맞추는 것만으로도 많은 우울과 무기력이 사라진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이건 해보면 안다. 잠을 잘 자야 다음 날을 잘 살 수 있다. 목표하는 수면 시간 1시간 전에 이불에 들어간다. 자기 전에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으면 잠이 잘 온다.








근래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는 내 글에 적절한 삽화를 넣어보는 거였다. 아주 운이 좋으면 내 글들이 언젠가 독립출판으로나마 나올 수도 있으니까. 혹은 내가 누군가의 글에 삽화를 넣는 일을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 글에는 전과 다르게 내가 그린 그림들을 넣었다.


일이 없다고 스스로를 나무라지 않기로 했다. 수영 후의 내가 내린 결론이다. 그게 다년간 들어온 프리랜서의 숙명 아니야? 그렇다면 나는 어엿한 프리랜서라는 뜻이구나. 즐거운 정신승리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leeyeonstein/

유튜브 / https://youtu.be/MM0ZlJZx1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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