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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Dec 20. 2022

12월 18일 : 밴프 안녕

핫스프링스를 찾아서

예약해둔 버스를 9시 15분에 타야 해서 7시에 일어났다. 조식은 먹고 가야지. 음식을 전혀 남기지 않는 문경 언니 생각을 했다. 그를 떠올리며 나도 오늘의 양식을 다 먹으려고 노력했다. 음식 뿐 아니라 일과 사람도 내가 해낼 수 있는 양을 알고 싶다.







버스가 미리 도착해있었다. 거점에서 거점 이동인지라 숙소까지 고민 없이 갈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여행 동선 기가 막히다...





창이 굉장히 큰 버스였다. 무지개가 떴다. 캐나다에서 타는 모든 이동수단은 이런 풍경을 보여주기에 몇 시간을 타도 짧게 느껴진다. 오늘은 한 시간 걸렸으니까 정말로 짧았는데 서울이었다면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을까. 늘 길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이번에는 저번 호텔보다 조금 작은 방이다. 그럼에도 필요한 것들은 부족함 없이 알차게 구비되어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페어몬트 호텔이 더 내 스타일이다. 리조트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얼리 체크인이 가능하고, 수영장이 잘 되어있다는 점에서. 여행을 하면서 내가 뭘 더 선호하는지 뚜렷이 알게 된다.





욕실이 깔끔해서 더없이 좋았다. 어매니티가 일회용으로 있는 것보다 이런 큼직한 펌핑 형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영하 -26도. 든든하게 바지 두 개 겹쳐 입고 출발한다. 밴프 다운타운까지는 걸어서 18분 정도 걸린다. 내가 딱 좋아하는 거리감.



입과 코를 잘 가려줘야 한다. 몸은 하나도 안 추운데 눈 시림 주의... 근데 나 서울에서 얼마나 춥게 입고 살았나 싶기도 하고. 하여튼 준비 잘 해온 덕에 -26도 나름 거뜬히 견뎠다.





황량하지만 귀여운 밴프 다운타운. 유럽 마을 같기도 하고 뭔가 신기하다.





점심으로 먹은 스테이크와 토스트. 가격이 꽤 비쌌지만 크기가 컸으므로 만족한다. 하나하나 짜임새 있는 맛이었다. 빵도 퀄리티가 높은 편이었음. 개인사업자의 책임감 있는 맛이랄까.





밥 먹고 식후 산책을 위해 마켓을 구경했다. 귀여운 양말이었지만 사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내 심장이 가장 반응하는 곳은 단연코 아웃도어 매장. 인간의 발은 왜 두 개일까? 서울이었으면 샀을 것 같은 신발. 너무 귀엽다 엉엉... 내일이라도 살까. 어떻게 코디해도 귀여울 것 같네. 하지만 생각해보니 어울리는 바지가 없고요.(떠올랐지만 잊자)



대신 룰루레몬에서 요가복을 왕창 샀다. 캐나다 브랜드이기 때문에 한국보다 약 30% 저렴하다. 레깅스 2개, 상의 2벌 구매 완료. 색 조합이 마음에 든다.




마네킹 발이 너무 시려 보였다.




파타고니아 매장은 처음 들어가 봄. 한국에는 보통 몰에 입점되어있는 형태니까. 물건이 다양했지만 생각처럼 끌리는 건 없었다. 과수는 시무룩하였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자. 푹 쉬고 수영을 하기로 했다. 고성 같은 분위기가 있는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호텔.




과수는 엽서를 적었다. 정이 많은 사람이다.





수영장에 왔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도 기대가 됐는데 실제로 보니 더 좋았다.


1. 길이가 긺

2. 깊이가 깊음 (2.3m)

3. 수온이 적절함


연결된 문으로 나가면 핫 스프링스를 즐길 수 있다. 이게 또 흔치 않은 경험이거든요. 무조건 가줘야 한다.



영하 26도에 스파를 한다니. 머리를 조금만 내놓고 있어도 머리카락이 희게 얼어붙는다.




이렇게 서있으면 엄청 춥다는 이야기. 아이들은 맨 몸으로 나가서 눈 밭에 구르고 오더라. 부모님이 하는 이야기를 똑똑히 들었다. She is crazy.










저녁을 간단히 먹으려고 하는데 여기 레스토랑은 도무지 간단히가 없다. 컨시어지 근처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파니니를 시켜 과수와 나눠먹었다.




돌아와 과수는 영화를 보았고




나는 레이크 루이스 설원을 그렸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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