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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kuen Kim Mar 12. 2018

한국요리

매운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안 매운  것도 있고 맛있네.

"김상~모아이가 있는데 한국요리 소개 좀 해줄 수 있어?"

"물론이죠. 단골 집으로 예약 해 놓겠습니다~"



사무실 근처의 오키나와시 고야 부근 거리는 온통 오리온 맥주회사가 브라질에서 들여온 잇뻬라고 하는 노란색 꽃으로 물들어 시기와 어울리지 않는 가을 분위기가 난다. 그래서인지 먹거리에 관심이 유독 많았던 어느 날. 평소 신세를 지고 있는 한분으로부터 모아이 (계모임) 장소로 한국음식점을 가고 싶다는 말을 듣고 최근 자주 가는 곳에 예약을 넣고 당일 게스트로 모아이에 참가를 했다. 


오키나와에 처음 와서 모아이(계모임) 문화가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었는데 지금은 두 곳의 모아이에 참가를 하고 있고 그 날을 "술 먹는 날"로 인식이 되어 있다. 이번에 게스트로 참가를 한 모아이는 이직종(異業種) 모아이라고 해서 각각 다른 업종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의 모임으로 한 달에 1만 3천 엔씩 모아 3천 엔은 적립을 하고 1만 엔씩 모은 돈을 멤버 중 한 명에게 전달을 하는 형식이었다. 그날 곗돈을 타는 사람이 모임의 장소를 결정하고 모임을 준비를 하는 식으로 지인이 이번 모아이의 주최자였기에 한국요리를 선택을 했고 그 안내자로 내가 선택을 받은 것이었다.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 대부분인지라 한국 여행 정도는 한두 번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았지만 소개를 한 한국식당이 그 자리에 있는지 조차 몰랐던 분들이 많았다. 요즘 나하에는 한국식당들이 급증을 해서 어느 정도 쉽게 맛을 볼 수 있는 게 한국요리이지만, 오키나와시 중부지역에는 야끼니쿠(고깃집)를 빼고는 한국식당이 몇 개 정도밖에 없고 그나마 한국요리라고 할 수 있는 맛을 가진 곳은 정말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이번에 소개를 한 한국식당의 주인은 재일교포 3세로 어느 정도 한국의 맛을 가진 곳으로 예약을 하면서 평소 식당을 찾았을 때 하는 요리들을 위주로 주문을 했고 매운 것과 안 매운 것을 반반 정도에 맞춰 주문을 했다. 오키나와에는 우치나~타임이라고 해서 7시 모임이라고 하면 7시에 나갈 준비를 해서 8시쯤 출발해 9시쯤 도착을 하는 특이한 문화도 존재를 하는데 이날 모임에는 7시 전에 대부분이 모여 시작도 하기 전에 가게에 오리온 맥주가 동이 날 정도의 스피드로 술잔을 기울였고, 매운 순두부찌개를 시작으로 한국요리의 매운맛을 즐기기 시작했다. 평소 맛보지 못한 고춧가루의 매운맛에 몇몇 분은 매운맛을 달래기 위해 맥주잔을 들었고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우마이~ 오이시이~를 외치며 한국요리가 너무 맛있다고 내가 그 식당의 주인도 아닌데 나에게 맛있는 요리를 맛보게 해줘 고맙다고 하기도 한다. 


  


음식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이 요리는 어떤 의미이고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먹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 주면서 한국문화의 작은 부분도 소개를 하니 나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잡채와 지지미, 보쌈이 나왔을 때는 한국음식은 모두 고춧가루로 빨갛고 매운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음식을 맛보고 오늘 그 선입견이 사라졌다면서 행복해하기도 하는 분이 있었고, 가게 오너를 불러 칭찬을 하며 앞으로 자주 오겠다고 하는 분도 있었다. 


오키나와에 살면서 한국을 좋아한다는 그리고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정말 감사하게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인으로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알고 있는 분들도 있고 오키나와와 한국의 역사적인 교류 부분까지 깊이 이야기를 꺼내는 분들도 있다. 


한국에서 오키나와는 이제 관광지로서의 인기가 있는 곳이 되었고 한국인들의 거주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작은 모임이지만 술 한잔 하며 한국의 음식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 어찌 보면 거창하고 화려한 이벤트보다는 소소한 교류의 자리가 오키나와와 한국을 이어 줄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웃음이 가득했던 한국 식당에서의 모아이의 여운은 막걸리와 아와모리(오키나와 술)가 뒤섞인 머리 속에서 아직도 빙빙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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