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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부는 남자

by 시니

소금 부는 남자는

국악관현악단의 공연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낡은 청색 가방에

세월의 흔적인 대나무 소금 피리를

넣고선 걷는다


해오름극장을 나오니

검은 하늘에 계란만 한 달이 떠있다


이이 삼삼 오오

재잘거리며 떠드는 관람객들

서로 간식이나 하고 가자며

떼 지어 나가는 단원들


소금 부는 남자는

멀찍이서 그들을 바라보며

집으로 향한다


언덕 골목길 오른편에 있는

소금 부는 남자의 집은 오래되어 낡았다


깔끔하게 정리된 방 안으로 들어와

잠시 누워본다


오늘 연주도 잘했다

소금 부는 남자가 소금을 불 때

공연장의 모든 다른 악기와 숨소리는 멎는다

소금 부는 남자는

이 순간

춤춘다

flow time


얇고 가는 대나무에서

구슬프게

거칠게

날듯이

힘차게

곡예를 하는 소리를 되새김한다


소금 부는 남자는

다독인다

오늘도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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