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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찾아 온 감기

by 시니

높은 에너지를 원해

그런데

오늘은

낮은 에너지


지끈 머리

맹맹 코

따끔 목

또 왔구나 네가


찬 바람

찬 음식

에어컨

널 만나지 않기 위해 피한 것들


얇은 A4용지 한 장 차이로

실수했다고

바로 침범하는

네가 밉다


하 어쩌겠는가

내 몸속에 이미 들어와

쫓아도 나가지 않는 널


널 반기지는 못해도

안고서 서서히 잠재우리라


나의 온 몸속을 휘젓고 다니다

심심해지면 쉬다가 가려무나

놀다간 값으로 강건한 몸체 만들어주라


시골할아버지 닮은 의사 처방

동네언니 닮은 간호사의 주사 바늘

포항이모 닮은 약사의 하얀 약봉지


3종 세트는 네게 주는 선물이다

날뛰는 널 얌전하게 해 주는

좋은 패키지


목 넘김 쉬운 전복죽을 먹고

한 움큼 약을 들이켠다

너, 두고 보자


띵 거리는 아픈 머리에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

차분해진 너


이제는 내 몸속 탐방을 끝냈는지

자꾸 나오려고 한다

콧물로

기침으로


그래 잘 가라

예쁜 사람들한테 가지 말고

그저 네 갈 길 가라


까악 까악 까마귀한테 가던지

추적추적 빗소리에 감기던지

그것도 싫으면


한강공원 날아가서

아름다운 불꽃과 함께 비행하며

예쁜 사람들의 별꽃이 되려무나


잘 가라

이제는 오지 마라

나도 한 해 두 해 나이 든다

널 거두어줄 힘이 남지를 않는다


굿바이, 감기

내일부터

높은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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