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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아프다

by 시니

친구가 아프다

내 친구가 아프다

담낭암이란다

온몸이 노랗게 변했다

눈흰자위도 노랗게 변했다

몸 전체에 꽂힌 주삿바늘

고무호스들

어지럽다

테이프 붙여놓은 부분이

간지러운지 늘어진 몸을 자꾸 긁는다

답답하다고 찡그린다

남편이 손부채질을 해준다


어렸을 적 얘기를 했다

함께 잔 적 있던 친구의 예전 방 얘기를 했다

친구가 유난히도 발을 깨끗이 씻던 얘기를 했다

함께 연합독서토론회를 다녔던 얘기도 했다

함께 고1 때 담임선생님이셨던 시인선생님을 찾아뵈었던 얘기도 했다

다른 친구들 근황 얘기도 했다

듣기만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쉰 목소리로 짧은 질문도 한다

희미하게 웃기도 한다

잘 가라고 왼손을 흔든다

잘 가라고 오른손도 흔든다

잘 있으라고 눈동자를 마주치며 약속이라는 듯이 힘을 줘본다


일산 청아공원에 모신 어머님 아버님을 뵈러 가는 중이다

친구의 한 줌 밖에 안 되는 몸이 떠올라진다

친구의 황갈색으로 변한 몸이 떠오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적이라는 것을 바래본다

어렸을 적 환하게 웃던 친구의 모습이 그립다


곧 또 찾아갈게, 잘 기다리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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