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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가져 올 뻔한 알밤

by 시니

오른손에 알밤 넣은 가방

하루 종일 들고 다닌 종이 가방

밤 하나에 웃음이

밤 하나에 속상함이

밤 하나에 설렘이

밤 하나에 무거움이

밤 하나에 가벼움이

밤 하나에 류시화 님의 시가

밤 하나에 꾸뻬 씨의 분홍 안경이

밤 하나에 디카페인커피가

밤 하나에 소란함이

밤 하나에 침착함이

밤 하나에 혼란스러움이

밤 하나에 궁금증이

밤 하나에 가라앉힘이

밤 하나에 희망이

밤 하나에 위축감이

밤 하나에 끄덕임이

밤 하나에 절레절레가

밤 하나에 버스 기사님 가벼운 인사가

밤 하나에 옆자리 아저씨 휴대폰 큰 음악이

밤 하나에 가뿐한 발걸음이

밤 하나에 묵직한 걸음이

밤 하나에 청량한 조용필 노래가

밤 하나에 변화무쌍한 가을 날씨가

밤 하나에 하얀 구름이

밤 하나에 한국인 외국인 인파에

밤하나에 소곱창파스타가

밤하나에 흑임자케이크가

밤하나에 아톰이

밤하나에 싱긋 웃는 사진이


하루 종일 따라다닌 밤 가방은

나의 하루와 함께 했다

오른손은 밤가방에 익숙해져서

되가져갈 뻔했는데

친구의 전화로

놀라 뒤 돌아 뛰어 전해준다

까르륵 두 웃음이

밤 가방 속으로 들어간다

해프닝 사랑이 들어간다


나의 하루였던 알밤은

친구네 집 주방에서 잘 삶아져

온 가족을 기쁘게 하리라


잘 가라, 밤가방

고마워, 밤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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