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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집

by 시니

주황빛 잘 익은 감이 감나무에 동그랗게 달렸다

노란 황매화가 한없이 늘어져있다

회색빛으로 빛나는 굽실한 가지를 가진 배롱나무가 빨간 꽃을 피웠다

키 작은 베고니아와 채송화가 웃고 있다

정원은 완성이다


하얀 곱슬머리를 가진 비숑 프리제가 세상 우아한 자세로 앉아 햇살을 쪼인다

그 옆에서는 바비큐가 구워진다

네 명이 눈을 찡긋하며 레드와인 건배를 한다

식사도 완성이다


정돈된 정원에 자동 분수로 물을 뿌린다

물빛 무지개가 뜬다

강물에 비쳐 오색찬란한 집이 된다

BTS의 퍼미션투댄스 음악이 음질 좋은 스피커에서 경쾌하게 흘러나온다

그늘막에 반 누운 자세인 나는 윤O진의 에세이집을 읽는다

생활도 완성이다


그리운 집

그러나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집

오늘도 그립다

내일도 그리울 것이다

모레도 그립겠지

그래서 살아봐야겠다

언젠간... 곧...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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