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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블 Mar 22. 2021

방을 닦거나, 마음을 닦거나


나는 가보지 않은 식당 두 곳을 알고 있다.     



한 곳은 회사 뒤쪽 있는 식당이다. 우리 회사 건물 화장실과 뒤쪽 식당 주방이 가깝게 있다. 이따금 화장실에 가면 식당 주방 소리가 들린다. “야, 똑바로 못해!”, “네가 제정신이야?”, “저리로 비켜!” 그 음성 대부분은 화를 내고 소리를 친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온다. 일주일에 몇 번씩 비슷한 목소리가 화장실로 건너오곤 한다.     



또 다른 곳은 집 근처에 있다. 출근 시간 집에서 나서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가게 입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주차장서부터 입구까지 비질을 방금 끝낸 흔적이 남아있다. 흔한 쓰레기도 보이지 않는다. 식물이 담긴 화분들이 가게 입구에 줄지어 나와 아침 햇살을 맞고 있다. 11시 오픈이라고 적혀 있는데 매일 아침 8시 이곳의 풍경은 늘 비슷하다.     



두 식당 모두 집과 회사 근처라서 쉽게 갈 수 있는 곳인데도 아직 가질 못했다. 그러던 찰나 최근 이렇게 두 식당을 알게 된 것이다. 가게 메뉴로 보자면 회사 근처로 가고 싶지만, 어쩐지 집 근처 식당에 마음이 간다. 큰 소리가 난무하는 식당과 식당 앞이 늘 깨끗하게 정돈된 곳. 실제로 집 근처 식당엔 늘 손님이 북적인다. 사람들의 선택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알게 된 하나의 사실도 그 선택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고 있다.

 


작년 코로나 이후로 자주 방 청소를 하게 되었다. 처음엔 시간이 남아서 했는데 하다 보니 청소를 좋아하게 되었다. 청소를 좋아하다니! 이렇게 고백하는 내가 낯설다. 혼자 살고서는 일주일에 한 번 몰아서 하는 청소였는데 청소가 좋아지다니. 

못 쓰게 된 수건을 반으로 잘라 걸레로 쓴다. 방을 자주 닦게 되면 청소기를 자주 쓰지 않아도 된다. 걸레에 물을 묻혀 걸레를 손에 잡힐 크기로 접는다. 방의 제일 안쪽부터 부채꼴 모양을 그려가며 천천히 방 입구 쪽으로 닦으며 나온다. 사실 방이 크질 않아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청소하면서 가장 놀란 사실은 매일 먼지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머리카락은 당연하지만 다른 먼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를 종종 생각한다. 방을 닦고 걸레의 쓸 면이 남아있으면 현관까지 닦고서 청소를 마무리한다. 청소를 끝낸 후 말끔해진 공간을 보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온종일 밖으로 에너지를 쏟아내고, 타인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탁해진 내 마음 어딘가가 깨끗해진 기분이 든다. 



어릴 적 엄마가 매일 저녁 방을 닦으시던 그 마음도 이와 비슷한 것이었을까. 엄마는 매일 저녁 집으로 돌아와 방부터 닦으셨다. 어질러진 방을 치우고 곧장 저녁을 준비하셨다. 깨끗한 방을 왜 닦느냐는 나의 핀잔에도 엄마는 군말 없이 걸레로 방을 훔치셨다. 이제야 조금 그 시절 엄마의 마음을 어렴풋이 이해한다. 엄마 역시 방과 함께 마음을 닦으셨음을.     



고작 방 닦기가 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주 방을 닦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이 작은 행동이 내 하루를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내일을 움직이는 힘을 만들어주며, 내 편안한 에너지가 세상 밖으로 흘러 타인에게도 닿을 수 있음을 나는 믿는다. 오늘도 난 물기를 짜낸 걸레를 한 손에 쥐고 방구석구석, 마음 구석구석을 닦아낸다.               



사진출처(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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