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럽자동차여행 전문작가 미스터위버입니다.
"남프랑스는 라벤더 때문에 여름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보라빛 라벤더 밭이 펼쳐지는 여름의 남프랑스는 분명 로망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말하고 싶습니다. 남프랑스의 진짜 매력은 오히려 겨울에 더 빛날 수도 있다고요
남프랑스는 1년 중 300일 이상 맑은 날씨를 자랑합니다. 겨울철에도 온화한 기후 덕분에 18세기부터 유럽 귀족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찾았던 곳입니다.
특히 니스는 2021년 '니스, 리비에라의 겨울휴양지'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겨울 여행지로서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여름의 남프랑스가 활기차고 붐빈다면, 겨울의 남프랑스는 여유롭고 로맨틱합니다. 관광객이 줄어든 거리에서 현지인들의 진짜 일상을 마주할 수 있고, 숙박비와 렌터카 비용도 저렴해져 가성비 여행이 가능합니다.
겨울 남프랑스 자동차여행 루트는 여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니스를 시작으로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는 코스가 기본입니다.
추천 루트
1일차: 니스 → 생폴드방스 → 앙티브 → 칸 → 니스
2일차: 니스 → 생장카프페라 → 에즈 → 모나코 → 망통 → 니스
3일차 이후: 니스 → 그라스 → 베르동 협곡(무스티에 생트마리) → 엑상프로방스 → 루시옹 → 고르드 → 아비뇽
니스의 프롬나드 데 장글레는 겨울에도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과 책을 읽는 여행자들로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베르동 협곡의 주요 구간인 Route des Crêtes(D23 구간)는 11월 초부터 4월 중순까지 폐쇄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도로(D71, D90 등)는 연중 개방되며, Corniche Supreme이나 Lac de Sainte-Croix 호수 주변 드라이브는 가능합니다.
엑상프로방스
화가 폴 세잔의 고향입니다. 18세기 파스텔톤 건물들이 겨울 햇살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물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크고 작은 분수들이 도시 곳곳에 있어 산책이 즐겁습니다.
베르동 협곡
관광객이 적어 웅장한 자연을 독차지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협곡 서쪽의 무스티에 생트 마리는 인구 700여 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절벽과 마을이 조화를 이루는 절경을 자랑합니다.
마르세유
2,600년 역사를 가진 항구도시입니다. 구항구의 요트들과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대성당에서 바라보는 지중해 전망이 압권입니다. 겨울에는 현지인들이 즐기는 뜨끈한 부야베스(생선 스튜)가 더욱 맛있게 느껴집니다.
렌터카는 미리 예약
겨울에도 니스와 엑상프로방스는 인기가 많아 차량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있습니다.
내륙 산악 지역은 겨울 타이어 필수
해안 지역은 온화하지만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기온이 낮아집니다. 특히 알프스 근처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일몰 시간 체크
오후 5시 전부터 어두워지므로 드라이브 일정을 여유 있게 짜는 것이 좋습니다.
크리스마스 마켓
12월에 간다면 니스, 아비뇽, 엑상프로방스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필수다. 글루바인(뱅쇼)과 크레페를 즐기며 현지 분위기에 푹 빠져보자.
미슐랭 레스토랑
비수기라 평소 예약이 어려운 미슐랭 레스토랑을 상대적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남프랑스의 미식을 제대로 경험할 절호의 기회다.
와이너리 투어
겨울은 와인 저장고 투어에 최적의 시즌이다. 프로방스 로제 와인과 론 밸리의 레드 와인을 시음하며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보자.
다채로운 축제
2월에 간다면 망통 레몬 축제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니스 카니발, 미모사 축제를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2월 남프랑스 여행을 더 추천하는 이유다. 겨울 축제가 겨울의 황량함을 충분히 상쇄시켜주니까.
남프랑스 겨울은 한국처럼 춥지 않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합니다. 가디건이나 얇은 패딩, 스카프 정도면 충분하고, 낮에는 티셔츠에 가벼운 재킷 정도로도 괜찮습니다.
편한 운동화는 필수입니다. 남프랑스의 매력은 걸어 다니며 발견하는 골목길과 광장에 있으니까요. 그리고 선글라스와 선크림도 꼭 챙기세요. 겨울에도 햇살이 강합니다.
남프랑스의 여름은 분명 아름답습니다. 영화 '마르셀의 여름'을 그대로 느낄 만큼 매력적이죠. 보라색 라벤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상상 이상의 더위도 견뎌내야 합니다. 현실 여행은 그만큼 힘들기도 합니다.
겨울 남프랑스는 '슬로우 트래블'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주는 여행입니다. 사람 많은 곳이 질색인 나 같은 여행자에게는 더욱 매력적이죠.
따뜻한 햇살 아래 테라스에 앉아 와인 한 잔을 기울이며, 지중해를 바라보는 그 순간. 아마도 '잘 왔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유럽의 겨울 여행지를 고민한다면, 남프랑스로 떠나보는 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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