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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가게(BM)의 유쾌한 침투(BM x UCCA)

798 예술구 UCCA는 어떻게 Z세대의 놀이터가 되었나

by 윤승진 대표

베이징 만나통신사를 다녀가셨던 대표님들께,

베이징 798 예술지구를 방문했을 때, 많은 분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독특한 매장을 기억하실 겁니다. 중국 현대미술의 심장부라 불리는 UCCA 현대미술관 내부에, 조금은 엉뚱하게 자리 잡고 있던 'BAD MARKET(BM)'의 콜라보레이션 스토어 말입니다.

당시 현장에서의 짧은 소개만으로는 다 담지 못했던, 이 흥미롭고 전략적인 공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이 칼럼을 작성합니다. 이 이야기는 먼저, 'BM'이 도대체 어떤 브랜드인지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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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BAD MARKET(BM) 브랜드 심층 분석 - '재미있는 영혼'을 파는 시장

콜라보레이션의 한 축인 BM이 어떤 브랜드인지 다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1.1. 브랜드의 탄생: "팔리지 않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반항

BM은 2016년, 창립자 MIAO가 이끄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팀은 수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클라이언트가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이에 MIAO와 팀은 "우리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을 만들자"고 결심했고, 이것이 바로 BM의 시작이었습니다.

브랜드 철학: BM의 핵심 철학은 "가면을 벗고 편안한 유머 감각을 갖는 것"입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진 창의적 영감을 발견하고, 유머와 재미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름의 의미: 창립자 MIAO는 "Badmarket is a bad market"이라고 재치 있게 표현합니다. 이는 기존의 정형화된 시장(Market)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흥미롭고 예측 불가능한 영혼(An interesting soul)을 가진 공간이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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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비즈니스 모델: 편집샵, 자체 브랜드, 그리고 '복합 문화 공간'

BM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움직입니다.

멀티 브랜드 리테일 (편집샵): 전 세계의 흥미로운 디자인과 우수한 가성비를 가진 브랜드를 큐레이션하여 판매합니다.

자체 브랜드 (PB): 2018년부터 대담한 그래픽과 위트 있는 슬로건을 담은 스트리트웨어(티셔츠, 후디 등)를 출시하며 BM의 창의적인 영감을 표현하는 핵심 매체로 삼고 있습니다.

복합 문화 공간: 광저우 본점은 1층(문구), 2층(의류), 3층(카페)으로 구성되어,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선 '놀이터'이자 '커뮤니티'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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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Z세대를 사로잡은 성공 전략

BM은 '광저우 청년 문화의 심장'으로 불리는 동산코우(Dongshankou, 한국의 성수동과 유사) 지역의 핵심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들의 성공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략 1: 오프라인 경험의 극대화 온라인 쇼핑이 대세인 중국에서도 BM은 의도적으로 오프라인 공간에 집중합니다. 매장을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고 교류하는 '중심지'로 활용하여 강력한 브랜드 로열티를 구축합니다.

전략 2: 로컬 문화의 현대적 재해석 광둥 지역의 전통 '얌차(Yum Cha)' 문화를 스트리트 패션의 문법으로 재해석한 팝업 스토어처럼, 지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로컬 소비자들의 강력한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전략 3: 전략적 협업을 통한 영향력 확대 ASICS 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그리고 대표님께서 주목하신 UCCA 같은 핵심 문화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고 새로운 고객층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킵니다.

2부: BM x UCCA 콜라보 매장 심층 분석 - 전략의 정점을 찍다

798 예술지구의 UCCA 매장은 바로 BM의 세 번째 전략, '전략적 협업'의 가장 성공적이고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이 매장의 전략적 의미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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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컨셉: '아트샵'이 아닌 '아트씬 침투'

2024년 5월 1일, 베이징 798 예술구 UCCA 현대미술관 내부에 문을 연 이 매장(정식 명칭: Badmarket UCCA)의 핵심 컨셉은 매우 도발적입니다.

"'나쁜 가게(坏商店)'가 현대 미술에 침투하여, 재미있는 생활 창의력을 폭발시킨다!"

이는 기존의 정형화되고 엄숙한 '아트샵'이나 '뮤지엄 굿즈'의 개념을 완전히 깨부수는 것입니다. BM은 자신들의 정체성인 '트렌디 잡화점'의 가치(둘러보기 좋고, 품질 좋고, 재미있고, 친환경적인)를 예술 기관으로 그대로 확장시켰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미술관 방문객을 '생활의 컬렉터'로 만드는 것, 즉 예술의 아름다움을 일상 속에서 쉽게 소유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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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전략: '전시'와 완벽하게 연동된 '상품 기획'

이 매장이 단순한 기념품점이 아니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바로 '상품'에 있습니다. UCCA와의 장기적인 협력 하에, 이 매장은 미술관의 주요 전시와 직접 연계된 한정판 기획 상품을 중심으로 독창적인 라인업을 구축합니다.

이는 패션 아이템, 문구류, 가방 및 액세서리를 포함하며,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사례로 증명됩니다.

사례 1: 로렌스 웨이너 (Lawrence Weiner) 展 (2024년) <'A PURSUIT OF HAPPINESS ASAP'> 전시와 연계하여, 작가의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활용한 시계, 스티커, 모자, 티셔츠 등을 출시했습니다.

사례 2: 스기모토 히로시 (Hiroshi Sugimoto) 展 (2024년 3-6월) <'무진적찰나(无尽的刹那, Time Machine)'>라는 대형 전시 기간 내내 매장을 운영하며, 연간 전시 연계 기획의 일환으로 방문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사례 3: 피필로티 리스트 (Pipilotti Rist) 展 (2025년 7-10월) <'Your Palm is My Universe'> 전시와 연계하여, 작가의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영상 미학에서 영감을 받은 한정판 컬렉션(불규칙한 형태의 코스터, 유리 텀블러, 무광 핀 배지 등)을 런칭했습니다.

이처럼 전시에 '기생'하는 굿즈가 아니라, 전시의 맥락과 아티스트의 철학을 BM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독자적인 상품을 만들어낸 것이 성공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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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성과: '트래픽 킹'으로 증명된 상업적 성공

시장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업계의 평가: 중국의 유력 업계 분석 매체('赢商云智库')는 2024년 6월 보고서에서 Badmarket을 "13개 트래픽 킹 '잡화점' 브랜드" 중 하나로 선정했습니다. 특히 UCCA와의 협업을 '예술 기관과의 융합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인 대표적인 성공 전략'으로 평가했습니다.

집객 효과: 2025년 10월 국경절 '골든위크' 기간 동안 798 예술구는 약 4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했는데, '798artworks × Badmarket' 프로젝트가 예술 미학과 스트리트 컬처, 디자인 리테일의 신선한 결합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집객 효과를 증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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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결론 및 비즈니스 인사이트

BAD MARKET과 UCCA의 협력은 단순한 콜라보를 넘어, 두 브랜드가 서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전략적 융합입니다.

BM의 진화: 광저우의 로컬 스트리트 브랜드에서 '중국 Z세대의 문화를 큐레이션하는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격상시켰습니다.

UCCA의 진화: 현대미술관이라는 정적인 전시 공간에서, 16-25세의 젊은 층에게 '창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했습니다.

현장에서 포착하신 이 매장은, 브랜드(BM)와 예술 기관(UCCA), 그리고 장소(Destination, 798 예술구)가 어떻게 다방향으로 융합되어 강력한 상업적, 문화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입니다.

다녀와서 다시 보는 이 매장의 상세한 이야기가, 베이징 798 예술지구의 차가운 공기와 뜨거웠던 창의적 에너지 속을 거닐었던 그때의 기억과 영감을 다시금 소환하는 즐거운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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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 예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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