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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숏폼력』인가?

쿠팡 다음은 무엇인가? 글로벌 시장에서 증명된 '숏폼커머스'의 시대

by 윤승진 대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숏폼을 '킬링타임용 콘텐츠' 혹은 '바이럴 마케팅의 수단'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숏폼력』을 통해 강조해 왔습니다. 숏폼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소비의 시작과 끝을 재정의하는 새로운 커머스 문법이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이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글로벌 커머스 시장을 오랫동안 분석해 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거대한 이커머스 트렌드는 항상 특정 시장에서 먼저 검증된 후 약 3~4년의 시차를 두고 한국 시장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최신 리포트는 바로 그 '미래의 예고편'입니다. 숏폼 커머스의 발원지에서 날아온 이 충격적인 성적표는, 한국의 사업가와 마케터들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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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보완재가 아니다: 알리바바를 위협하는 숏폼커머스

2025년 11월 복수의 미디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인 숏폼커머스 플랫폼인 중국 틱톡, 도우인 이커머스의 2025년 연간 거래액(GMV)은 사상 최초로 4조 위안, 우리 돈으로 약 76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수치가 주는 함의는 무겁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성장 속도가 유지된다면 몇 년 내에 중국 이커머스의 상징인 타오바오를 따라잡을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견고해 보였던 1위의 아성이 숏폼이라는 새로운 파도에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중국 틱톡 도우인이 이미 1년 전 알리바바를 제치고 '중국 최대의 광고 플랫폼'으로 등극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막강한 자금력과 트래픽을 바탕으로 커머스 시장을 집어삼킬 준비를 이미 마쳤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숏폼커머스가 보완재의 성격이 아닌, 대체재로서 이커머스 시장의 권력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시장의 성격입니다. 기존의 커머스가 "필요한 물건을 싸고 빠르게 사는 곳(목적형)"이었다면, 숏폼 커머스는 "몰랐던 욕망을 발견하고 즉시 구매하는 곳(발견형)"으로 시장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도우인의 최근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발견'을 넘어 '목적'까지 삼키다: 숏폼 커머스의 진화

보고서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중국 틱톡, 도우인이 '충동구매'의 영역을 넘어 '목적형 구매'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도우인은 이제 사용자가 영상을 보고 흥미를 느끼는 단계(Goods find People)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상품을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상점에 들어와 구매하는 '쉘프(Shelf) 이커머스' 영역을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209% 폭증한 검색 매출: 2025년 광군제 기간, 도우인 내 검색을 통한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뛰었습니다.

'보고 나서 검색한다(Look & Search)': 소비자는 숏폼으로 자극받고, 그 안에서 즉시 검색하여 '이성적인 구매'를 완료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숏폼 플랫폼이 기존의 오픈마켓이나 검색 포털의 기능까지 완벽하게 흡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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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이 로컬 생활 서비스까지?! 무서운 확장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포인트는 도우인의 영토 확장입니다. 기존의 이커머스가 택배 상자를 배달하는데 그쳤다면, 숏폼 커머스는 소비자의 발길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도우인은 음식점, 여행, 뷰티 등 로컬 서비스 시장을 차기 시장으로 보고 맹렬히 공략 중입니다. 2025년 1~10월, 이 분야의 거래액 성장율은 60%에 육박하며 연간 8000억 위안(150조원)을 넘길 전망입니다.

숏폼력의 O2O 전략: 숏폼 영상을 보고 군침을 흘린 사용자에게 할인 쿠폰을 팔고, 실제 매장에 가서 먹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실례: 이번 블랙프라이데이행사 기간, 지역 특산물과 관광 상품 라이브 방송 매출이 전년 대비 150% 이상 폭증했습니다.

이는 "내일 아침에 배송해 줘"라는 쿠팡의 모델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숏폼력』은 온라인의 욕망을 오프라인의 소비로 즉각 연결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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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는 다른 시장, 그러나 쿠팡을 넘어서는 시장

한국 시장을 볼까요? 우리는 여전히 '목적형 구매'의 대표주자인 쿠팡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생수가 떨어졌으니 산다", "내일 당장 기저귀가 필요하다"는 니즈는 쿠팡이 해결해 줍니다. 하지만 『숏폼력』에서 제가 정의한 숏폼커머스 시장은 다릅니다. 소비자가 스스로도 몰랐던 결핍을 숏폼 영상 하나로 깨닫게 하고, 검색하게 만들고, 결제하게 만듭니다. 도우인의 사례는 이 '발견의 힘'이 고도화되면, 결국 '목적형 시장'마저 집어삼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중국 시장은 이미 증명했습니다. 숏폼은 기존 이커머스 시장의 보완재가 아닙니다. 기존 시장을 대체하고, 더 나아가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우는 '대체 불가능한 대체재'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숏폼력'이다

도우인의 760조 원 거래액은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곧 한국 시장에 닥쳐올 미래의 예고편입니다. 틱톡이 중요한게 아닙니다. 중요한건 숏폼커머스 시장입니다. 국내에서 이 시장을 선점할 플랫폼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유튜브 쇼핑, 틱톡 샵, 릴스커머스가 한국에서도 본격화되는 이 시점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단순히 춤추는 영상을 올리거나 유행하는 챌린지를 따라 하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도우인이 보여준 것처럼, 콘텐츠가 어떻게 검색으로 이어지는지, 고객의 시선이 어떻게 구매 버튼으로 연결되는지 설계할 수 있는 힘, 즉 '숏폼력'을 길러야 합니다. 물건을 진열해 놓고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고객의 스마트폰 속으로 직접 찾아가 욕망을 흔들고, 검색하게 만들고, 기어코 사게 만드는 능력. 『숏폼력』을 읽고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시장의 판은 이미 뒤집혔습니다. 파도에 휩쓸릴 것인가, 파도 위에 올라탈 것인가. 그 차이는 당신의 '숏폼력'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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