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매율 60%의 비밀, 중국 신소비 브랜드 ‘관샤(To Summer)’
1. Executive Summary: ‘관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국 소비재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터입니다. 이커머스 트래픽 비용은 폭등했고, 단순한 가격 경쟁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런칭한 향수/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관샤(To Summer)’는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폭발적 성장: 2023년 매출 10억 위안(한화 약 1,900억 원) 돌파.
글로벌 인정: 세계적인 뷰티 그룹 로레알(L'Oreal)의 전략적 투자 유치.
압도적 충성도: 재구매율 60% (업계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
관샤의 성공은 단순한 마케팅의 승리가 아닙니다. ‘어디서 팔 것인가(채널)’와 ‘어떻게 고객을 가둘 것인가(락인)’에 대한 치밀한 영업 전략의 승리입니다. 유한킴벌리의 비즈니스에 적용 가능한 핵심 인사이트를 정리해 드립니다.
본격적인 전략 분석에 앞서, ‘관샤(To Summer)’가 어떤 브랜드인지 먼저 소개해 드립니다. 이들은 서구권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던 향수 시장에서 ‘가장 중국적인 것이 가장 럭셔리한 것’임을 증명해 낸 아이콘입니다.
“900년을 이어온 동양의 향, 관샤”
관샤의 시작은 독특합니다. 샤넬이나 조말론 같은 서양의 화려한 꽃향기가 아니라, 중국인들의 기억 속에 잠재된 ‘동양의 식물 향’을 꺼내 들었습니다.
쿤룬주설(昆仑煮雪): 쿤룬 산맥의 만년설과 그곳에서 피어나는 소나무의 차가운 향.
이허금계(颐和金桂): 황실 정원인 이화원에 핀 금목서의 그윽한 가을 향.
서계초당(书溪草堂): 비 온 뒤 서재 창가에서 느껴지는 젖은 풀과 종이 냄새.
이들은 제품명부터 원료, 패키지 디자인까지 철저하게 ‘동방 미학’을 고집합니다. 향수병 뚜껑 하나도 장인이 직접 깎은 돌이나 나무를 사용하여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젊은 세대(MZ)는 이러한 관샤의 스토리텔링에 열광하며, 단순한 공산품이 아닌 ‘나의 문화적 자부심(궈차오·国潮)을 표현하는 예술품’으로 소비합니다. 이처럼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이 있었기에, 관샤는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중국의 딥티크’를 넘어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2. 핵심 전략: 판매의 논리를 바꾸다 (人·貨·場의 재구성)
전통적인 유통업은 ‘장소(매장)를 잡고 → 물건을 깔고 →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는(場→貨→人)’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관샤는 순서를 뒤집었습니다. ‘사람(고객)을 먼저 모으고 → 그들이 원하는 물건을 기획해 → 그들을 위한 전용 공간을 만드는(人→貨→場)’ 방식입니다.
이 구조가 영업 이익률과 브랜드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3가지 차원에서 분석합니다.
3. 성공의 방정식: 고객을 유혹하고, 가두고, 애타게 하라
관샤가 어떻게 ‘사람(人)’을 먼저 모으고 그들을 충성 고객으로 전환시켰는지, 그 구체적인 영업의 기술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수천 명의 영업 사원을 만드는 ‘KOC 피라미드 전략’
고객을 데려오는 단계(유입)에서 관샤는 막대한 모델료를 쓰는 대신, ‘KOC(Key Opinion Consumer) 피라미드’라는 효율적인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수백만 팔로워를 가진 소수의 스타(KOL)에게 예산을 쏟는 대신, 1~5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수천 명의 일반인 인플루언서(KOC)를 활용한 것입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진정성’입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화려한 광고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대신,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일반인이 자신의 침실이나 거실에 제품을 놓고 찍은 ‘진짜 후기’에 지갑을 엽니다. 관샤는 이러한 고감도 후기들이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그램)를 뒤덮게 만듦으로써, 거부감을 없애고 자연스러운 구매 전환을 유도하는 가장 강력하고 저렴한 영업 조직을 구축했습니다.
둘째, 플랫폼의 노예가 되지 않는 ‘사적 트래픽(Private Traffic)과 DTC’
많은 기업이 타오바오나 티몰 같은 거대 플랫폼에 입점하며 높은 수수료와 최저가 경쟁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관샤는 초기 3년간 이를 거부하고, 오직 자사몰인 ‘위챗 공식 계정’에서만 판매하는 DTC(Direct to Consumer)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판매 채널의 선택이 아닙니다. 고객 데이터를 100% 브랜드가 소유하겠다는 의지입니다. 플랫폼을 통하지 않기에 고객이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 언제 구매하는지, 누구에게 선물하는지 모든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관샤는 이 ‘사적트래픽(Private Traffic)’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고객을 직접 관리하며 재구매율을 끌어올렸고, 플랫폼에 뺏기는 수수료를 아껴 제품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그들의 자사몰은 쇼핑몰이라기보다 ‘브랜드 매거진’에 가깝습니다. 제품의 스펙을 나열하는 대신 한 편의 수필이나 잡지 같은 고퀄리티 콘텐츠를 발행합니다. 고객은 물건을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구독’하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철학에 매료되어 구매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셋째, 욕망을 설계하는 ‘희소성 마케팅(Hunger Marketing)’
언제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제품은 간절하지 않습니다. 관샤는 판매 시점과 수량을 철저히 통제하여 고객의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그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 8시”에만 신제품과 인기 제품을 한정 수량으로 푸는 ‘드롭(Drop)’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고객들에게 하나의 ‘의식(Ritual)’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알람을 맞추고 대기하며, 3초 만에 품절되는 현상을 목격하며 브랜드의 가치를 명품 수준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희소성 마케팅은 재고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뿐만 아니라, 할인을 하지 않고도 정가 판매율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영업 전술이 되었습니다.
4. 오프라인 채널: 판매처가 아닌 ‘브랜드 성전(聖殿)’
온라인에서 형성된 팬덤과 브랜드 가치는 오프라인 공간인 ‘관샤 거실’에서 완성됩니다. 이곳은 평당 효율을 따지는 일반 매장과 다릅니다. 매장 면적의 80%를 제품 진열이 아닌 차를 마시고 책을 읽는 휴식 공간으로 할애했습니다.
영업팀의 관점에서 이것은 낭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판매처가 아닌 ‘소셜 화폐(Social Currency) 채굴장’입니다. 고객들은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의 경험을 사진 찍어 자발적으로 SNS에 공유합니다. 이 바이럴은 다시 온라인상의 잠재 고객을 자극하여 신규 유입을 만들어냅니다. 즉, 오프라인 매장이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고 브랜드를 전파하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5. 유한킴벌리를 위한 제언
관샤의 사례는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서 소비재 기업이 나아가야 할 ‘영업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자사몰(DTC)’을 강화하십시오: 쿠팡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경쟁은 결국 가격 출혈로 이어집니다. 충성 고객을 우리만의 ‘사유역’으로 유입시켜 데이터를 쌓고 직접 관리하는 것이 영업 이익을 지키는 길입니다.
‘상세페이지’를 버리고 ‘매거진’을 만드십시오: 제품의 스펙(기능)만 나열해서는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우리 제품이 고객의 삶을 어떻게 바꿔주는지 보여주는 ‘콘텐츠’가 최고의 영업 사원입니다.
KOC를 통한 ‘진정성 영업’을 전개하십시오: 톱모델 한 명보다, 우리 제품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반인 고객 1,000명의 목소리가 더 강력한 세일즈 파워를 가집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중국 소비재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탄생한 ‘관샤’의 생존 전략을 직접 확인하시고, 유한킴벌리의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