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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 물건을 팔지 않을 때 벌어지는 일: 프라다롱자이

유한킴벌리 X 미래ECP X 유니토아, 만나통신사와 상하이를 가다

by 윤승진 대표

중국 상하이, 가장 번화한 난징시루 한복판에 프라다(Prada)의 로고가 붙은 고택이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선 가방도, 구두도 팔지 않습니다. 대신 그림을 걸고, 파티를 열고, 건축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도 중국의 MZ세대와 상류층은 이곳에 열광하며 기꺼이 줄을 섭니다. 6년간의 복원 끝에 2017년 공개된 '프라다 롱자이(Prada Rong Zhai)'는 어떻게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고 럭셔리 마케팅의 교과서가 되었을까요? 그 고도의 문화 브랜딩 전략을 해부합니다.

0. Brand Story: 밀가루 왕의 집, 이탈리아 장인을 만나다

'롱자이(Rong Zhai, 荣宅)'는 1918년에 지어진 유서 깊은 서양식 저택입니다. 원래 주인은 20세기 초 중국 근대화를 이끈 '밀가루 왕' 룽쭝징(Rong Zongjing) 가문이었습니다. 상하이의 역사가 담긴 이 문화유산은 오랜 세월 방치되어 낡아가고 있었습니다.

[6년의 기다림, 완벽한 복원] 2011년, 프라다는 이 건물의 가치를 알아보고 임대 및 복원을 결정합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단순한 보수가 아닌, 중국 문화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이탈리아의 장인들과 중국의 장인들을 모아 무려 6년 동안 타일 하나, 스테인드글라스 조각 하나까지 완벽하게 복원해냅니다.

이곳은 단순한 건물이 아닙니다.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Craftsmanship)과 중국의 역사(Heritage)가 물리적으로 결합된 상징입니다.

1. 공간 전략: '판매'를 포기하고 '존경'을 얻다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선 매장을 늘리는 게 상식입니다. 하지만 프라다 롱자이는 철저히 '비상업적 공간'을 지향합니다.

① 물건이 없는 매장 (Cultural Hub) 이곳에는 쇼핑백을 든 점원도, 계산대도 없습니다. 오직 전시와 건축물만 존재합니다.

비즈니스 포인트: 프라다는 이곳을 '판매처'가 아닌 '문화적 대사관'으로 정의했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우리는 당신들의 지갑만 노리는 게 아니라, 당신들의 문화를 아끼고 보존한다"는 메시지를 공간 그 자체로 증명합니다. 이는 반감을 줄이고 브랜드의 격(Class)을 높이는 최고의 전략이 되었습니다.

② 헤리티지의 공유 (Open House) 폐쇄적인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대중에게 공간을 개방(예약제)하여 누구나 건축물의 미학을 체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는 브랜드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동경의 대상을 만드는 양면 효과를 냅니다.

2. 마케팅 전략: 제품이 아닌 '예술'을 팝니다

롱자이는 프라다의 가장 우아한 광고판이자 콘텐츠 공장입니다.

① 수준 높은 예술 전시 (Art Marketing) 개관 이후 류예(Liu Ye), 고슈카 마쿠가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전시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습니다.

인사이트: 전시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프라다의 미적 감각에 동화되게 만듭니다. 샤오홍슈(Xiaohongshu) 등 SNS에는 전시 인증샷이 쏟아지는데,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고품질의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낳습니다.

② 럭셔리의 '살롱' 문화 부활 프라다의 패션쇼, 칵테일 파티, 문화 대담 등이 이곳에서 열립니다. 중국의 오피니언 리더와 셀럽들이 모이는 사교의 장(Salon)이 됨으로써, '프라다 롱자이에 초대받는 것 = 상류 사회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3. 로컬라이제이션: '이탈리아'를 지우고 '상하이'를 입다

글로벌 브랜드가 중국에서 흔히 범하는 실수는 '가르치려 드는 태도'입니다. 하지만 프라다는 롱자이를 통해 '스며드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① 진정성 있는 현지화 건물 복원 과정에서 중국 전통 공예 기법을 존중하고 활용했습니다. 이는 '서양 브랜드가 중국 문화를 침범했다'는 인식을 '서양 브랜드가 중국 문화를 되살려냈다'는 찬사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② 도시 재생과의 시너지 상하이시의 역사 건물 보호 정책과 맞물려, 프라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는 모범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와의 관계(Guanxi)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4. 비즈니스 효과: '느림'이 만들어낸 '깊이'

프라다 롱자이는 당장의 매출은 0원이지만, 브랜드 자산 가치는 천문학적입니다.

브랜드 충성도 강화: 중국 소비자들은 자신의 문화를 존중해 준 브랜드에 깊은 애정을 보입니다. 롱자이 방문객은 단순 구매자를 넘어 브랜드의 팬이 됩니다.

Z세대 공략: 경험과 진정성을 중시하는 중국 Z세대에게 롱자이는 가장 '힙'하고 '진짜(Authentic)'인 공간으로 통합니다.

[Editor's Note] 만나통신사 참가자 분들을 위한 요약

프라다 롱자이는 "진정한 럭셔리는 물건이 아니라 문화를 파는 것"임을 증명합니다.

브랜드의 진정성: 현지 시장에 진출할 때, 단순히 간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있습니까?

공간의 역할: 매장은 반드시 매출을 일으켜야 합니까? 때로는 판매를 포기한 공간이 브랜드 전체의 가치를 견인합니다.

헤리티지 마케팅: 오래된 것을 부수고 새것을 짓는 것만이 혁신이 아닙니다. 브랜드의 철학을 낡은 그릇에 담아낼 때,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프라다는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된 집을 고쳐, 가장 현대적인 브랜드 경험을 팔고 있습니다. '느린 브랜딩'의 미학, 이것이 프라다 롱자이가 주는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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